“탈북자·한국인 잡아와 전기방망이로 때렸다”

2012.08.01 21:57 입력 2012.08.02 01:40 수정

중국 공안 출신 조선족 양심선언… “김영환 고문 규탄”

중국교포 이규호씨(41·사진)는 1993년 중국 선양(瀋陽)시에 있는 경찰학교에 입학했다.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중국에서 조선족으로 받았던 설움을 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공권력을 가진 경찰관이 돼 자신과 같은 조선족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1995년 8월 선양시 허핑(和平)구 서탑 파출소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씨는 배움과 현실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경찰학교 교과서 어디에도 없던 고문과 구타가 일상적으로 자행됐다. 이씨는 ‘업무의 연장선일 뿐이겠지’하면서 점점 무뎌져 갔다.

1996년쯤이다. 이씨는 1년에 3번 있는 ‘범죄자와의 전쟁’ 단속기간에 탈북자로 의심되는 한 남성과 맞닥뜨렸다. 불고기식당에서 불을 피우고 있던 30대 후반 무렵의 남성이었다. 이씨는 묻는 말에 대답도 못하고, 신분증도 갖고 있지 않은 그를 파출소로 데려왔다. 서너 명의 동료와 함께 심문을 시작했지만 사내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씨와 동료들은 50~60㎝가량의 전기충격 방망이와 발뒤꿈치로 4시간여 동안 그를 구타했다.

“탈북자·한국인 잡아와 전기방망이로 때렸다”

이 남성은 구타를 이기지 못한 채 한국말로 “때리지 마라” “제발 조선으로만 보내지 마라”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이씨는 파출소장에게 그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보고했다. 이 남성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다.

이씨는 1일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앞에서 양심선언을 겸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 공안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번쩍번쩍 전류가 통하는 전기방망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갗에 갖다 대면 고문받는 사람은 까무러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경찰국의 최말단 조직인 파출소에도 고문 장치인 전기방망이를 갖추고 있다”며 “탈북자뿐 아니라 한국인을 포함해 술 한잔 먹고 실수한 사람들조차 철제 감방에 넣어 놓고 발로 차고 때렸다”고 말했다.

그는 “고문도 사람을 가려서 하기 때문에 고향이 어딘가를 묻고는 못 사는 동네인 헤이룽장(黑龍江)성이라고 하면 고문부터 한 후 사건을 만들고 선양의 잘사는 집안 출신이라고 하면 고문을 심사숙고했다”고 밝혔다.

2002년 경찰에서 해고된 이씨는 2005년 아내와 이혼한 후 먹고살기 위해 2010년 한국 땅을 밟았다.

이씨는 “이번에 중국에서 구금됐다 풀려난 김영환씨 일에 분노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과거 내게 붙잡혔던 탈북자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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