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인사 상대로 더러운 전쟁 수행한 '콘도르 작전' 재판 시작

2013.03.06 23:42 입력 2013.03.07 00:25 수정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를 비롯한 남미의 군사정권들이 1970∼1980년대 좌파 인사를 제거하기 위해 수행했던 더러운 전쟁, ‘콘도르 작전’에 대한 공식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AP통신은 6일 아르헨티나 법원이 전날 25명의 군정 관계자들을 출석시켜 ‘콘도르 작전’에 관한 심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중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을 지냈던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87)와 레이날도 비그노네(85)는 이미 1976~1983년 재임 동안 저지른 살인, 납치, 고문 등 반인권 범죄들로 2010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자동차 수리점으로 위장한 조사실에 좌파 인사들을 가두고 고문했던 마누엘 콜 데로 전 우르과이군 대령도 포함됐다.

전 아르헨티나 독재자인 호르헤 비델라(맨 오른쪽)가 5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콘도르 작전’ 재판에 출석했다. 콘도르 작전은 1975년 미국 중앙정보국의 협조 속에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6개국 군사정권 정보기관 책임자들의 합의로 진행됐다. 이들은 반체제 성향의 사회·노동운동가,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추적·납치·살해 행위를 저지르며 ‘더러운 전쟁’을 수행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뉴스

전 아르헨티나 독재자인 호르헤 비델라(맨 오른쪽)가 5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콘도르 작전’ 재판에 출석했다. 콘도르 작전은 1975년 미국 중앙정보국의 협조 속에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6개국 군사정권 정보기관 책임자들의 합의로 진행됐다. 이들은 반체제 성향의 사회·노동운동가,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추적·납치·살해 행위를 저지르며 ‘더러운 전쟁’을 수행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뉴스

콘도르 작전은 1975년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6개국 군사정권 정보기관 책임자들의 합의로 진행됐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지원과 협조를 받으며 좌파 성향의 사회·노동운동가,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추적·납치·살해 행위를 저질렀다.

2년간 진행될 재판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살해된 4개국 106명의 피해자를 포함한 400명 이상의 증언이 제출될 예정이다. 핵심 증거는 기밀해제된 미국 연방수사국(FBI) 문서로 남미전역에 걸쳐 좌파인사들을 제거하고 정보를 공유했던 상황을 상세히 적어놓고 있다.

실제 좌파 인사 제거 작전은 집요했다. 미국 정부는 콘도르 작전에 관여한 칠레 정보 요원이 1976년 칠레의 전 대사였던 올랜도 레틀리에르와 그의 미국인 조력자 론니 모피트를 워싱턴에서 죽이고 유럽까지 건너가 관련 인사들을 제거하기 위해 추적하도록 허가했다.

콘도르 작전으로 10만여 명이 사망하고 40만여 명이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경우 희생자들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검찰은 시신 발견 작업이 계속되어야 하며 공소시효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희생자 중에는 아르헨티나의 국민 시인 후안 헬만(83)의 며느리 마리아 클라우디아 이루레타 고이에나도 포함됐다. 그녀는 임신한 상태로 ‘자동차 수리점’으로 납치되어 그곳에서 출산한 뒤 아르헨티나 공군기로 우루과이로 옮겨진 후 바다에 던져져 살해됐다. 헬만의 아들도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한 호르헤 비델라 독재정권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총살당한 뒤 기름통에 넣어져 페르난도 강에 던져졌다. 그들의 딸 마카레나 헬만(23)은 최근에서야 그녀의 진짜 신분을 확인하고 할아버지와 만날 수 있었다.

남미에 부는 과거사 규명의 움직임에 브라질 정부도 지난해 5월 과거사 청산을 위한 국가진실위원회를 설치했다. 진실위는 지난해 9월부터 콘도르 작전의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진실위는 남미 6개국 군사정권이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은밀하게 만나 작전을 모의했다고 지적하면서 “콘도르 작전은 조직적인 인권 탄압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인권운동가인 자이르 크리시케는 지난해 11월 진실위 증언에서 브라질 군사정권이 콘도르 작전 계획을 세우고 지휘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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