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핵심공약 후퇴

“실망스럽다” 한숨짓는 노인들

2013.09.23 22:23 입력 2013.09.23 23:26 수정

23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수한 할아버지(80·가명)는 “지금은 아내와 내가 받는 기초노령연금 15만원과 아내가 노점으로 버는 10만원이 한 달 생활비의 전부”라며 “죽지 못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기초노령연금 20만원씩을 준다 하더라도 월 생활비는 고작 50만원 남짓이 된다”면서 “풍족하지는 않지만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이날 탑골공원에서 만난 노인들은 기초노령연금 공약 후퇴에 대해 한결같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박풍원 할아버지(77)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월 20만원씩 준다고 했을 때 솔직히 긴가민가 했지만 믿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괌, 일본 등을 오가며 목수로 일했던 박 할아버지는 “내 이름으로 받을 수 있는 연금이 없다”며 “아내가 받는 연금 50만원이 월 생활비의 전부인데 그중 18만원은 약값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박 할아버지는 진폐증을 앓고 있다.

강임봉 할아버지(80)는 “애초에 기초연금 예산 계획이 부실했고, 장관도 의지가 없어 보였다”며 “박 대통령은 이 사태에 대해 장관 대신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태 노년유니온 대표는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에 대처하려면 사회복지세를 걷어서라도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실현해야 한다”며 “기초연금 정부안이 발표되는 대로 행동에 나서기 위해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 ‘공약 먹튀’ 행각은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장관이 속죄양을 자처해 물타기를 하려 하고 있지만, 장관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책임질 문제”라고 말했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진영 복지부 장관의 ‘논개 쇼’는 그만둬야 한다”며 “국민은 진 장관이 아닌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투표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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