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박근혜 대통령님 제발 우리를 만나주세요” 청와대 앞 밤샘한 세월호 가족들 2차 회견

2014.08.23 16:14 입력 2014.08.23 17:13 수정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밤샘을 한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23일 오후 대통령 결단 재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들은 전날에 이어 2번째 항의 서한을 전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님께 다시 한 번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측 제공

사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측 제공

김병권 유가족대책위원장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왜 저희가 여기 서 있어야 하는지 정말 묻고 싶다”며 “지금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몇번을 단식을 하면서 대통령께 그냥 한번만 만나달라고 애원하고 있는데, 대통령께서는 뭐가 무서워서 자꾸 안만나시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정부가 잘못이 없다면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만나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몇번을 얘기하는데 왜 대답 없는가. 정말 세월호 유가족은 이해를 못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어려운 것도 아니고 힘들게 단식하고 걸어와서 대통령을 면담하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냐”며 “대통령님! 들리시면 대답 좀 해달라. 김영오씨가 죽어가고 있다. 저희가 믿을 분은 대통령님 밖에 없다. 저희 얘기 믿어주시고 당장 답을 달라”고 말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3일간 단식을 진행한 김영오씨(40)는 전날 아침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는 등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으나 현재도 곡기를 끊은 채 단식을 멈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기 가족대책위 부대변인은 “4월 16일 사고 당일 오전 8시 30분쯤부터 선내 CCTV 영상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며 “이는 명백히 사고를 은폐하려는 것이며 그 뒤에 청와대가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국정조사 자료제출마저 거부하고 있고, 대통령의 사고 직후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도 커져만 가고 있다”며 “이 역시 진실을 해산시키려는 움직임인 것으로, 그래서 가족들은 대통령과의 면담 약속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기 가족대책위 수석부위원장은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을 비롯해 몇몇 당직자들이 유가족들을 분열시키고자 몇몇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며 “이 같은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 박성호군 어머니 정혜숙씨(46)는 “정부는 필요할 때만 ‘민생’이라는 말을 찾으면서 민생을 지켜야 할 공권력(경찰)을 남용해 가족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오후 농성 시작 이후부터 현재까지 유가족들을 둘러싼 채 막아섰다. 일부 유가족들의 항의에도 경찰은 차벽까지 세우면서 가족들을 가둬둔 상태다.

이용기 부대변인은 “아스팔트 바닥 위에 앉아있다가 겨우 깔개를 들여와 눕기 시작했는데 그것마저 경찰이 막아 바닥을 뒹굴며 다친 가족들이 많다”며 “화장실 다녀오던 가족들까지 막아섰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이후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찾아와 인사하던 진도체육관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정씨는 “특별법 역시 민생을 핑계로 ‘깡통 특별법’을 만들어 유가족을 두번 세번 죽이려 하고 있다”며 “이 정부가 이래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가족들은 이제 연좌 농성만 하지 않고,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1인시위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들은 기자회견 직후 노란색 종이에 ‘대통령님 만나주세요’ ‘유가족 의견 반영된 특별법을 제정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적어 청와대로 보내기로 했다.

김 위원장과 김 수석부위원장은 회견 직후 경찰의 안내를 받아 청와대 민원실에 기자회견문 서한을 전달했다. 가족들은 전날에 이어 21시간째 청운효자동사무소 앞에서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채 청와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측 제공

사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측 제공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가족대책위 기자회견] 박근혜 대통령님께 다시 한 번 면담을 요청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께 다시 한 번 면담을 요청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운동사무소 앞으로 온 후 이틀째를 맞고 있습니다. 국회 본청 앞에서 잠을 자기 시작한 지 43일째입니다. 유민 아빠는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며 미음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41일째입니다. 팽목항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30일째입니다.

가는 곳 어디나 팽목항입니다. 어제 항의서한을 전달한 후 대답을 기다리겠다며 우리 가족들은 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경찰이 동사무소 앞을 뺑 둘러싸 출입을 가로막기 시작했습니다. 밤이 깊어가는 데 깔개를 들여보내지 않아 아스팔트 맨바닥에 눕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들여온 깔개와 비닐을 바닥에 깔려고 하자 경찰 수십 명이 들이닥쳤습니다. 갑작스럽게 달려들어 깔개와 비닐을 빼앗아가려는 경찰 때문에 가족들이 바닥을 뒹굴며 다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새벽녘 화장실을 다녀오려는 가족 3명의 길을 막아 한 시간 동안 길에 서있기도 했습니다. 밤사이 갑자기 비가 쏟아져 바닥에서 자던 가족들은 비가 그칠 때까지 쪼그리고 앉아있어야 했습니다. 대통령부터 장관, 국회의원들이 찾아와 인사하던 진도체육관과 비교하면 넉 달 사이 정부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몸으로 실감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차라리 편합니다. 하염없이 아이들을 기다리며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던 팽목항과는 다릅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알고 있습니다. 그 시작으로 우리는 특별법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전국을 순회하고 400만 명에 이르는 국민의 서명을 받고 대한변협의 도움을 받으며 특별법을 청원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여야 양당 간의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국민이 지지하고 가족이 원하는 법률안은 정작 국회에서 별로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여야 양당이 저들끼리 법안 합의를 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다행히 여야 양당이 재협상을 시작했지만 다시 우리에게 던져진 법률안은 가족의 의견을 무시하는 법률안이었습니다.

이 과정들을 겪으며 우리가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법안의 쟁점 하나하나보다 더 큰 쟁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진실을 밝힐 것이냐 숨길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세월호 선내 CCTV 기록이 8시 30분경부터 일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은폐하는 것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끝내 진실을 숨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심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대통령은 가족의 여한이 없도록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국정조사에 자료 제출조차 거부했습니다.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서는 의혹이 커져만 갑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가족들을 이간질 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과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사이를 갈라놓아 얻으려는 것이 진실을 해산시키려는 것임을 우리는 압니다.

그래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약속이라도 받아야겠습니다. 물론 그 전에 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결단해준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유민 아빠를 살리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전했습니다. 우리는 유가족처럼 살고 싶습니다. 이제 볼 수 없는 아이들을 조용히 애도하며 울다가 웃다가 하는 일상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우리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님의 일상을 크게 해치는 일이 아닐 줄 압니다. 진실이 두렵지 않다면 특별법 제정 결단도 어려운 일이 아닐 줄 압니다. 다소 어려운 일이더라도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다시, 여기에서 응답을 기다리겠습니다.

2014. 8. 23.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