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송중기 무죄?…대법, “휴대폰 빼앗아도 절도 아냐”

2016.04.11 10:27 입력 2016.04.11 13:24 수정

폭행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가져가라’고 했지만, 상대방이 받아가지 않아 집에 들고 간 20대 남성을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의사 강모연(송혜교)의 휴대폰을 낚아채는 장면이 연상된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신고를 막기 위해 휴대폰을 가로채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일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3월 어느날 오전 1시쯤 대학생 최모씨(29)는 학교 인근에서부터 친구 집까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했다.

박모군(17)은 최씨가 음주운전한 것을 보고 쫓아가 “술 먹고 운전한 것이냐”고 했다. 최씨는 “내가 술을 먹는데 네가 뭔 상관이냐”며 “너를 끌고 집에 가서 죽여도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박군이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최씨는 박군의 허벅지와 엉덩이 등을 때렸다. 최씨는 이어 박군의 휴대전화를 뺏었다.

최씨는 친구 집으로 들어가려다 다시 나와 박군에게 ‘휴대전화를 가져가라’고 말했다. 박군은 받아가지 않았고, 최씨가 친구 집으로 들어갔다.

주변에서 이 과정을 목격한 ㄱ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최씨는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최씨는 폭행·음주운전·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KBS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자신을 신고하려는 강모연(송혜교)의 휴대폰을 낚아채고 있다.

KBS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자신을 신고하려는 강모연(송혜교)의 휴대폰을 낚아채고 있다.

1심은 3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절도를 무죄로 보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가 “가져가라”고 말한 점을 보면 절도죄로 처벌할 때 필요한 ‘절취’의 고의나 ‘불법영득’ 의사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박군의 법정 증언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박군은 최씨 측 변호인이 “최씨가 휴대폰을 빼앗아서 가지려고 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2심 재판부는 “최씨는 박군이 휴대전화기를 가져가지 않자 혼을 내준 뒤 나중에 돌려줄 생각으로 가져갔고, 이것이 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쉽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씨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절도 혐의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며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태양의 후예’에서도 드라마 초반 유시진 대위를 폭력배로 오해한 의사 강모연이 그를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유시진 대위가 강모연의 휴대폰을 툭 쳐서 떨어뜨리게 한 뒤 몸을 밀착시키며 받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유시진 대위는 이 휴대폰을 잠시 빼앗아뒀다가 다시 돌려준다. 이런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한 법조계 관계자는 “휴대폰을 뺏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협박·폭행하지 않는 한 신고 방지 목적으로 휴대폰을 빼앗아도 절도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례”라며 “앞으로 경찰 신고를 막기 위해 상대방 휴대폰을 뺏는 이들이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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