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학교마다 오성홍기 달고 매주 게양식…애국주의 교육에 학교 이탈현상 가속

2021.10.13 13:59 입력 2021.10.13 14:48 수정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국기 게양식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국기 게양식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교육당국이 내년부터 모든 학교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게양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학교에서는 매주 국기 게양식을 하고 국기·국장(나라를 상징하는 공식 휘장)에 대한 교육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이같은 애국주의 교육이 강화되면서 자녀 교육을 위한 이민과 학교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홍콩 교육국은 지난 11일 국기·국장 교육에 관한 안내문을 모든 학교와 유치원에 통보했다고 13일 밝혔다. 교육당국은 안내문을 통해 내년부터 초·중등 교육과정에 국기·국장에 관한 교육을 포함시키도록 했다. 학생들에게 국기·국장의 역사와 정신에 대해 교육하고, 국기 사용에 관한 규정과 예절 등을 학습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학교 수업일에는 매일 국기를 게양하고, 매주 국기 게양식도 열도록 했다. 중국 국경일(10월1일)을 비롯한 주요 기념일이나 학교 중요 행사에서도 국기 게양식을 실시하고, 국기 게양에 맞춰 학생들은 국가(의용군행진곡)를 합창해야 한다.

홍콩 교육국 대변인은 “국기와 국장, 국가는 나라의 상징으로 모든 국민이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가 정체성 함양은 초·중등 교육의 핵심 학습 목표이며 학교 교육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교육을 촉진하고 국가에 대한 소속감과 민족 정체성을 높이도록 할 것”이라며 “유치원에서도 공간과 시설 등을 고려해 가능한 국기 게양식을 열어 어린 시절부터 학생들이 국기와 국가를 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 교육당국은 지난해 시행된 홍콩보안법에 따라 학교 교육에 대한 통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올해 처음 지정된 ‘국가안보 교육의 날’에도 각급 공립학교는 국기 게양식을 거행하고 국가안보 수호에 관한 교육 활동을 진행했다. 교육당국은 또 내년까지 홍콩보안법에 근거한 국가 안보 교육과정을 만들고, 교사들에 대해서는 조만간 보안법 준수 서약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학교 이탈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홍콩 교육당국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9월 입학한 홍콩 초등학교의 1학년 학급 수가 지난해보다 64개 학급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를 정치적 억압과 애국주의 교육을 피해 홍콩을 떠나는 이민 행렬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이민컨설턴트인 존 후는 “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이민 상담이 급증했고 상담 고객의 70% 정도가 자녀를 두고 있다”며 “그들은 아이들이 더 많은 언론의 자유를 갖고, 균형 잡힌 교육을 받길 원한다”고 전했다. 최근 영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 시민은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급하게 홍콩을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면서 “예전과 같지 않은 교육시스템이 우리가 홍콩을 떠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