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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 기자들이 교수에게 '집단 항명'해 전원 해임했다"…숭실대 '학내 언론 탄압' 논란 확산

2021.12.09 06:00 입력 2021.12.09 06:32 수정

지난 6일 숭실대 조만식기념관 앞 게시판에 숭실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 강석찬 숭대시보 편집국장 제공

지난 6일 숭실대 조만식기념관 앞 게시판에 숭실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 강석찬 숭대시보 편집국장 제공

숭실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자보들이 붙어 있던 조만식기념관 앞 게시판이 8일 오전 텅 비어 있다. 지난 6일 붙은 대자보들은 학교 측이 모두 철거했다. 이두리 기자

숭실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자보들이 붙어 있던 조만식기념관 앞 게시판이 8일 오전 텅 비어 있다. 지난 6일 붙은 대자보들은 학교 측이 모두 철거했다. 이두리 기자

숭실대학교 학보사 ‘숭대시보’ 주간교수가 지난 10월 “기자들이 내게 ‘집단 항명’을 했다”는 이유로 소속 기자를 전원 해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숭실대 총장이 “N번방 조주빈도 학보사 기자였다”라고 말한 사실까지 알려져 숭실대의 학내 언론 탄압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이 8일 입수한 ‘11월23일 숭실대학교 총장 간담회 회의록’에 따르면 장범식 숭실대 총장은 지난 달 23일 총학생회 중앙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소속 기자들이 자신의 지도를 따르지 않으면 오늘 임명을 했어도 내일 해임할 수 있는 것이 주간교수(학보사 담당 교수)의 권한”이라며 “숭대시보 기자 전원 해임을 내가 승인했다”고 말했다.

이모 숭대시보 주간교수도 이날 경향신문과 만나 “숭대시보 기자들이 총장 규탄 피켓 시위 기사를 1면에 싣지 않으면 신문을 ‘백지 발행’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는 내 지도권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판단해 전원 해임조치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학보는 반 언론, 반 관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영철 숭실대 신문방송국 전문위원은 “학보사 기자들은 본교 신문방송국 규정에 따라 징계를 받은 것”이라며 “숭대시보는 학교로부터 예산을 전액 지원받고 있기에 ‘관보’의 성격도 지닌다. 백 퍼센트 독립적으로, 비판적인 기사를 내려고 한다면 총학생회 밑으로 들어가 학생회비로 예산을 하든가, 광고나 기부를 받아 신문을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또 “주간교수에게는 학보사 기자 임명권과 선발권, 인사권이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징계 권한이 있다”며 “더 이상 학보사 기자로서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징계를 한 것”이라고 했다. 학보사 기자들 해임은 주간교수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것이다.

장 총장은 지난 달 23일 간담회에서 학사행정을 비판하는 숭대시보 기사에 대해 “전부 엉터리로 되어 있다”면서 “조주빈이 어떤 학생인지 아세요? 조주빈이 학보사 기자였고요, 그 학교를 위하는 편집국장이었어요. 학교에서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켰지만 학교에서 단 한 번도 제지를 받지 않았어요. 그 학교가 그 악마를 양성한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숭실대 측은 “총장이 별 뜻 없이 이야기했는데, 학생들 입장에서 확대 해석해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는 이날 성명문을 내고 “기자에 대한 임면권을 갖지 않은 주간이 ‘대학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기사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기자 전원을 일방적으로 해임했다는 것은 명백한 언론탄압”이라며 “숭실대 대학당국은 숭대시보 기자 전원 해임 및 발행 중단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자에 대한 조치를 즉각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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