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5년 만에 열린 낙동강 하굿둑, ‘4대강 보’ 지킨다는 윤석열

2022.02.18 20:34

낙동강 하굿둑 수문이 18일 35년 만에 상시 개방됐다. 환경부는 연말까지 대조기(밀물이 가장 높은 때)마다 하굿둑 상류에 바닷물이 들어오게 해 자연상태에 가까운 기수역(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구역)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굿둑 수문 개방을 통한 낙동강 재자연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건설됐다. 바닷물 유입을 차단하면서 생활·공업·농업용수를 확보하고 인근 지역의 교통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잃는 것이 더 많았다. 낙동강 하구의 명물이던 재첩과 갈대숲이 사라졌고, 대표적 철새도래지이던 지역에 철새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어종도 단순화됐다. 이 때문에 2017년 대선에서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수문 개방을 추진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함께 노력한다면 낙동강 하구는 서서히 예전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4대강 재자연화는 대선 쟁점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이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경북 상주 유세에서 “민주당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며 부수고 있는데, 이것을 잘 지켜서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쓸 수 있게 하겠다”면서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를 예고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정책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도 ‘4대강 재자연화’를 현 정부 국정과제 중 폐기할 정책으로 꼽은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강물을 가두어 ‘녹조라떼’ 독성 오염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냐”고 되물으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4대강 재자연화 이슈는 보수-진보 진영의 대립 구도로 볼 사안이 아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면 환경과 기후 문제를 외면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세계는 산업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탄소중립적·생태적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강의 자연성 회복은 국제적 관심사가 됐다. 바닷물을 막아 염분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던 하굿둑 건설도, 보를 건설해 물을 가두는 4대강 사업도 구시대 유물일 따름이다. 혹여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재자연화 폐기를 주장하는 것이라면 더 큰 오산이다. 2019년 낙동강 하굿둑 수문을 시범적으로 개방한 결과, 염분 피해의 발생 없이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면서도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다는 이중 효과가 확인됐다. 어느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강 하굿둑의 수문은 열리고 보는 개방돼야 한다. 그래야만 강이 고유의 생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이 다른 강의 재자연화에도 모범사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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