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넥슨 통큰투자 이어 엔씨소프트 2대 주주로…한국게임에 빠진 이유는 뭘까

2022.03.11 17:11 입력 2022.03.11 17:41 수정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퍼블릭인베스트펀드 로고.   위키피디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와 퍼블릭인베스트펀드 로고. 위키피디아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가 한국 게임업계로 향하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펀드’(PIF)는 최근 게임사 엔씨소프트 주식을 대거 매입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PIF는 넥슨에도 2조원 규모의 ‘통큰 투자’를 하는 등 한국 게임사들에 배팅을 하고 있어 투자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PIF는 전날 엔씨소프트 주식 56만3566주를 약 2900억원에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PIF는 지난달 9일부터 16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엔씨소프트 지분을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로써 PIF의 엔씨소프트 지분율은 9.26%(203만2411주)로 높아졌다. 김택진 대표(11.9%)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넷마블(8.9%)과 국민연금(8.4%)의 지분율도 넘어섰다.

PIF는 한국계 기업이지만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넥슨에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전자공시시스템(EDINET)에 따르면 PIF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일까지 10거래일에 걸쳐 넥슨 지분 1.07%(약 2500억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였다. 현재 지분율 7.09%로 4대 주주다. 넥슨에 대한 PIF의 누적 투자 금액은 1970억4462만엔(약 2조812억원)에 달한다.

PIF는 사우디 실세인 36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가 이끌고 있다. 약 5000억달러(616조원) 자금을 보유한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다. 1971년 사우디 정부를 대신해 투자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난해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하면서 오일머니 파워를 세계에 과시하기도 했다.

사우디의 한국 게임사 투자를 두고 게임 산업 진출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PIF는 공시를 통해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도 “PIF가 장내 주식을 산 만큼 단순 투자 목적인 것 같다”면서 “엔씨소프트와 PIF 간 사업적 협의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MBS는 사우디 정부의 경제계획인 ‘비전 2030’을 이끌고 있다. 석유 산업 중심의 국가 경제 구조를 바꾸는 게 골자다. 블룸버그통신은 PIF가 정보기술(IT),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기업 주식을 사기 위해 약 100억달러(약 12조원)를 배정했다고 보도했다. PIF는 최근 테슬라, 포스코, SK그룹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기업들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PIF는 세계 유명 게임사들의 지분도 사들이고 있다. 게임이 향후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로 향하는 통로로 꼽히는 만큼 미래 산업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PIF는 ‘스타크래프트’ 등 세계적 히트 게임을 제작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일본 게임사 캡콤의 지분 5.1% 매입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 콘텐츠 위상이 높아진 점도 PIF가 한국 게임산업 투자를 넓혀가는 이유로 꼽힌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MBS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히 게임 산업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면서 “세계 시장에서 넥슨, 엔씨소프트 등 한국 게임과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