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명체의 ‘상호작용’은 인류사의 결정타인가

2022.04.13 10:17

■필자:조한익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진단검사의학 전문의)

성경의 창세기의 창조과정을 따라가면 ‘땅’ ‘혼돈’ ‘공허’ ‘빛’ ‘풀’ ‘짐승’ 등이 차례로 나열된다. 이들을 지휘하여 현재의 삼라만상(參羅萬像)을 만든 이가(것이) 누구(무엇)인가? 15만년 전 아프리카에 나타나 유라시아대륙으로 퍼져나간 인류(호모사피엔스)가 지구의 지배 생명체로 주인 노릇하게 된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코로나19(SARS-Cov-2)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가 최근 2년간 전 인류를 괴롭힐 수 있는 능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가장 손쉬운 해답은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다. “그가 그렇게 했다”이다. 그러나 손에 잡히지 않으니 그 다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상호작용’과 상호작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만들어 내는 변이(變異)라는 무기이다. 즉 상호작용 그 자체가 전지전능하고 무소부재(無所不在)하며 변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Covid-19)도 그 사례이다.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나 그보다 작은 소립자 양자, 중성자, 전자 등 입자 뿐 아니라 이들이 모여 만든 분자나 세포, 장기, 개체, 집단 그리고 지구 등 수많은 별들은 모두 상호작용 속에 놓여 있다. 이들의 존재 자체와 존재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이들의 형태, 성격, 가치, 수, 존재 기간도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

조한익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조한익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상호작용의 주체가 분자 이하로 내려가면 보통사람들에게는 ‘구름 잡는 이야기’일 수 있으니 최소의 생명 단위인 세포를 놓고 생각해 보자. 세포도 상호작용이 없이는 생성될 수도 없고 살아갈 수도 없다. 생명체를 이루는 모든 세포는 주위 환경이나 세포들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생명을 유지한다.

우리 인체는 약 60조개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세포가 서로 상호작용 하면서 일사 분란한 질서를 유지해야 인체는 건강하다. 세포 사이의 상호작용 형태는 서로 도움을 주기도하고 견제 내지 억제하기도 한다. 덤덤한 관계도 있다. 인체 장기 같은 고형 조직의 세포는 세포들끼리 서로 붙어 있기도 하고 특별한 통로를 만들어 물질이나 정보를 주고받는다. 세포끼리가 아닌 세포 주변의 환경, 즉 세포외 바탕질과 상호작용이 활발하다. 호르몬, 사이토카인 등 상호작용 정보를 전달하는 수많은 매개물질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는다. 말초혈액 속을 자유로이 떠다니는 혈액 세포들도 주변 세포나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종류의 세포들이 분비하는 물질에 반응하며 생존한다.

세포들은 외부 자극을 받으면 신호전달이란 과정을 거쳐 반응한다. 전화로 통화할 때 소리가 전기 신호로 변하고 전선을 통해 이동하여 상대방에게 전달되면 다시 소리로 전환되어 듣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한 세포에서 특정 화합물질을 내보내면 이를 받을 세포는 수용체라는 구조물을 통해 물질을 인지하고 자기 세포내에서 제2, 제3의 전달 물질을 생산하여 상호작용에 알맞은 반응을 하게 된다.

상호작용은 대부분 주 통로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대체 통로를 활용하기도 한다. 즉 샛길이 있어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다. 특히 림프구 등 면역 세포들 사이의 상호작용에는 대체 통로가 있어 면역자극에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이런 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의 반응체계는 수만 가지일 수 있고 그 단계도 많아 이를 들여다 볼 때마다 ‘조물주가 몇 억년 긴 시간 동안 시간이 남아돌아 재미로 이렇게 복잡하게 디자인 했을 거…’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이런 모든 현상은 상호작용이라는 절대자가 수만 년 간 수많은 실전을 겪으면서 최선의 생존 방법들을 찾아 변이를 통해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이런 변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누군가의 세포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간세포에 들어온 코로나 바이러스도 인체 세포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변종을 만들어 낸다. 이런 변이는 모든 생명체에서 진화로 연결된다. 상호작용 자체가 생명이고 생명을 유지하는 힘의 생산 기전이다.

생명체사이의 상호작용은 그 주체나 양상, 효과에 따라 공생(共生, symbiosis), 경쟁(競爭, competition), 중립(中立 neutralism), 편해(遍害, amensalim), 반목(反目 antagonism), 생태촉진(生態促進 eclogical facilitation), 편리공생(片利共生 commensalism), 상리공생(相利共生, mutualism), 방해경쟁(妨害競爭, interference competition), 갈취경쟁,喝取競爭 exploitation competition), 외형경쟁(外形競爭, apparent competition), 동종간 경쟁(同種間競爭 intraspecific competition), 이종간 경쟁(異種間競爭 interspecific cpmpetition) 등 수많은 용어로 세분하고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 용어는 상호작용을 겉 할기 식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물리나 화학자들이 찾아낸 물체끼리의 상호작용 공식이나 원리 그리고 생태학자들이 찾아낸 생명체 사이의 수많은 상호작용 현상들은 상호작용의 극히 일부를 설명할 뿐이고 거의 전부가 미지의 세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이는 사회생활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집단과 집단 사이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일어난 상호 작용이 그들의 생명력을 유지 시키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현 정부와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 사이의 티격태격도 상호작용 현상이고, 그 자체가 그들 집단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힘을 제공한다. 그러나 세포사이의 상호작용과 달리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상호작용은 소통이라는 긍정적인 방법을 더 다양하게 창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상호작용 자체가 양쪽에 해를 주거나 약화시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강점이다.

조한익 교수는 “코로나19의 발생과 변이도 ‘상호작용’ 관계에서 나온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달 11일부터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제공하는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가 중단됐다(칼럼 특정내용과 무관). 한수빈 기자

조한익 교수는 “코로나19의 발생과 변이도 ‘상호작용’ 관계에서 나온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달 11일부터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제공하는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가 중단됐다(칼럼 특정내용과 무관). 한수빈 기자

양쪽에서 상대방의 자극을 받아드릴 수용체를 활짝 열어놓고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상호 교환하면서 상생 결과를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생명체보다도 많기 때문이다. 상호작용에서 극한 상황이 전개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엉뚱한 큰 사건이 돌출되는 것은 코로나 균이 인간 세포와의 상호작용에서 변이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현존 인류(호모사피엔스)가 모든 생명체 중에서 지배종이 될 수 있었든 것은 7만 년 전에 일어난 인간 뇌세포의 변이 때문이라고 최근 저서에서 주장하였다. 뇌세포의 변이가 소통능력의 향상을 가져 왔고 이 탁월한 소통 방법을 이용해서 대규모 집단 형성이 가능해졌고 이 집단의 힘이 결국 인간을 우세종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숭이도 가능한 몇십 명의 씨족사회를 뛰어 넘어 몇백 명의 부족사회 그리고 국가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힘이 커진 것은 상호작용 과정에서 생긴 뇌세포의 변이에 의한 소통 능력의 향상으로 집단을 구성하고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확대 해석하면 뇌세포의 변이로 똑똑해진 인간이 하느님이라는 절대자나 신화로 포장한 수많은 영웅들과 단군, 박혁거세를 상상력으로 만들어 집단 구성원을 설득해서 힘을 모을 수 있었기에 다른 생명체를 지배하며 인류가 오늘날의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7만 년 전에 일어난 뇌의 변이가 어떤 열악한 환경과의 상호작용과정에서 발생하였는지는 수수께끼이다.

그런데 상호작용에서 한 가지 우리가 풀지 못하는 큰 숙제가 있다. 창세기 1장 2절에 있는 ‘공허’ 이다. 쉽게 말하면 빈 공간이다. 상호작용이 삼라만상을 지배하려면 어느 구석에나 상호작용을 매개할 매체가 존재해야 한다. 매체가 있어야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인연을 만들 수 있다. 이를 불경에서는 제망찰해(帝網刹海) 진공묘유(眞空妙有)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어느 세계나 그물같이 엮여 있고 빈 공간에도 무언가 있다’는 이 말은 상호작용의 매개체와 그를 통해 나타나는 상호작용은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빈 공터는 상호작용 즉 소통의 공간이다. 빈 공간에는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소립자 양자 중성자 전자 등 입자뿐 아니라 이들에서 발생하는 파동으로 가득차 있다. 우리가 그 공간에 서면 우리의 흔적이 남겨지고 공간에서 기억되고 정보가 되어 퍼져 나간다. 우리만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사실 동양화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여백’도 빈공간이 아니다. 화가는 여백에 예술가의 혼을 넣기 위해 시냇물을 휘돌리고 나뭇가지와 바위를 그린다. 정호승시인은 ‘수선화에게’에서 수선화 주위의 쓸쓸한 빈 공간을 도요새와 산 그림자, 종소리, 심지어는 하느님과 사람들의 외로움을 차용하여 채워 상호작용이 작동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상호작용은 어느 곳에서나 끊임없이 일어나 힘과 언어와 역사를 만들어 간다. 상호작용은 무소부재하며 전지전능하고 변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이 세상을 움직인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절대자가 있다면 그는 ‘상호작용’ 그 자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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