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한·일 항로 운임 담합한 해운사 무더기 적발…800억 과징금

2022.06.09 22:06

공정위, 국내외 29곳 대상 부과

미참여 화주엔 선적 거부 ‘보복’

한·중 항로 담합사는 시정명령

공정거래위원회가 17년 동안 담합을 벌여온 해운사들에게 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한국·일본 항로에서 2003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76차례 운임을 합의한 혐의(공정거래법상 가격담합)로 고려해운 등 14개 국내 해운사와 SITC 등 15개 외국 해운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800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9일 밝혔다. 공정위는 또 한국·중국 항로에서 2002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68차례 운임을 합의한 고려해운 등 27개 국내외 해운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담합을 독려한 해운 단체 한국근해수송협의회(이하 한근협)에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4400만원을, 황해정기선사협의회(이하 황정협)에는 시정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담합 해운사들은 협의회를 통해 기본운임의 최저수준, 부대운임 도입과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 운임 가격 전반을 합의했다. 일단 운임 합의를 한 뒤에는 다른 해운사 화물에는 관여하지 않고 기존 거래처를 지킬 수 있도록 거래를 보호했다.

해운사들은 담합 이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중립감시기구를 만들어 실태조사를 벌여 서로를 감시했다. 담합에서 이탈하거나 합의를 위반한 해운사에는 벌금을 매겼다. 실제 한·일 항로와 한·중 항로에서 운임 합의를 위반한 해운사들에게 각각 2억8000만원과 8000만원의 벌과금이 부과됐다.

담합을 거부하는 화주에게는 ‘보복’을 벌여 합의 운임을 수용하도록 했다. 담합에 불참하는 해운사(맹외선사)를 이용하거나 합의 운임을 지키지 않는 화주에게는 컨테이너 입고 금지와 예약 취소를 통해 선적을 거부했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삼성과 LG, 현대차, 기아 같은 대기업 화주도 보복을 당했다.

장기간 담합을 통해 해운사들은 상당한 수익을 챙겼다. 2003년 최저운임 시행으로 운임 수입이 650억원가량 늘었고 2005년에는 최저운임·부대비 도입으로 520억원가량 운임 수입이 증가했다. 또 한·일 항로에서 2008년 한 해에만 62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화주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에게도 전가됐다. 공정위는 “높은 운임은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 가격 상승을 불러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게 된다”며 “해운사 담합은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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