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 청년’ 또 극단선택…“사회적 보살핌 절실”

2022.08.24 17:16 입력 2022.08.24 18:47 수정

자립을 위해 보육시설을 나왔다가 광주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지난 21일 숨진 채 발견된 B군은 24일 광주 승화원에서 화장됐다.  고귀한 기자

자립을 위해 보육시설을 나왔다가 광주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지난 21일 숨진 채 발견된 B군은 24일 광주 승화원에서 화장됐다. 고귀한 기자

광주광역시에서 보육시설에서 퇴소한 청년이 극단선택을 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해 보육시설에서 나가야 하는 보호종료 아동에 대한 지원강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잇따르는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7시17분쯤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A씨(19)가 숨진 채 발견됐다. 관계기관은 A씨가 이날 오전 2시쯤 자신이 살던 아파트 고층으로 향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극단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이 아파트에서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A씨는 부모 모두 양육이 힘든 장애가 있어 어린 시절부터 보육시설에서 생활해 왔다. 지난해 2월 만 18세가 되면서 보육시설을 나와 아버지가 살던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해 왔다.

A씨와 아버지는 그동안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연금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A씨는 올해 광주의 한 대학 보건관련 학과에 입학했지만 결국 보호시설을 나온 지 1년 6개월 만에 삶의 끈을 놨다. 그는 “왜 내가 이런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살아온 삶이 너무 가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에서는 최근에도 자립을 위해 보육시설을 나온 청년이 극단선택을 했다. 지난 21일 광주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B씨(18)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올해 이 대학에 입학한 B씨는 만 18세가 지났지만 보육시설에서 계속 생활하다 지난 6월 대학 기숙사로 ‘독립’ 했다. 그동안 만 18세가 되면 보육시설을 나가야 했지만 정부는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자립 연습’을 하겠다며 대학 기숙사로 간 B씨는 복지시설 등에서 받은 후원금 700만원으로 생활해 왔다. B씨는 폐쇄회로(CC)TV 확인 등을 통해 지난 18일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방학으로 기숙사에 학생들이 많지 않아 3일 뒤에야 인근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평소 550여명이 생활하던 기숙사에는 100여명의 학생들만 있었다고 한다. 남아있는 학생들 상당수도 학원 등에 다니기 위해 기숙사를 비운 반면 방학 중 딱히 찾아갈 곳이 없었던 B씨는 보호시설을 나온 지 두 달도 안돼 세상을 등졌다.

A씨와 B씨의 마지막 길은 쓸쓸했다. A씨의 친척들은 장례를 이틀 장으로 치르기로 했고 빈소를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 B씨 역시 빈소가 차려지지 않았고 이날 오전 조문객도 없이 화장됐다. 화장장에는 B씨의 어머니만 찾아왔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보호종료 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보호종료나 종료를 앞둔 아이들의 잇따른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있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보호종료 나이를 만 24세까지 연장하는 것과,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전국으로 확대해 보호종료 아동과의 주기적 만남으로 정서적 지지관계를 형성하고 생활·주거·진로 등의 상담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정영일 동강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는 “약간의 자립지원금만으로 시설 아동들을 사회로 떠미는 식의 정책으로는 앞으로도 계속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며 “시설 아동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이 훨씬 큰 만큼, 금전적 접근 보다는 멘토라던가, 사회적 기구를 통해 이들을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보살피려는 절실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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