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액 삭감’ 지역화폐…골목상권 활성화와 예산낭비 사이 ‘갑론을박’

2022.09.11 15:58 입력 2022.09.11 16:03 수정

경기 수원시의 한 전통시장에 지역화폐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경기 수원시의 한 전통시장에 지역화폐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가운데 지역화폐의 효과를 두고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예산을 삭감하며 ‘현금을 살포하는 이벤트성 정책’이라고 지적했지만, 해당 정책을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는 “골목경제 활성화 효과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예산 투입 ‘부정적’… “지역화폐는 온전한 지역 사업”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최근 2023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지난해 1조522억원에서 올해 6050억원으로 감소했다가 내년 정부안에서는 0원이 됐다.

지역화폐는 전국 10개 광역 자치단체와 220여개 기초자치단체가 지역 내 소비를 늘리기 위해 자체 발행하는 화폐다. 지역 내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일정 비율(통상 10%)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준다.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2023년 예산안 발표 브리핑에서 예산 삭감 사유에 대해 “지역사랑상품권은 효과가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온전한 지역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이후 지역 상권과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에서는 긴급한 저소득·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데 우선순위가 있다고 생각해 정부 예산안에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역화폐에 대한 예산 삭감은 현 정부 들어 어느 정도 예상돼 있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전국 지역화폐를 중앙정부 예산으로 대대적 지원한 부분에 관해 학계 등 전문가의 많은 지적이 있어 예산편성 과정의 원점에서 실효성 등을 점검하는 중에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자체들 즉각 반발 “정치적 이유로 중단 안돼”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달 31일 열린 도정 열린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달 31일 열린 도정 열린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지자체들은 지역화폐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이 현실화하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경기권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다.

경기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로 있던 시절 가장 적극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액을 늘려왔다. 지역화폐는 이 대표가 주요 정책으로 꼽는 사업이기도 하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달 31일 열린 도정 열린회의에서 “지역화폐를 (경기도가)가장 많이 발행하고 있는데 중앙정부에서 국비 전액을 삭감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혹시라도 정치적인 이유나 목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지역화폐는 소상공인 매출 증진에 기여해 왔고, 전통시장 상인분들을 만날 때마다 긍정적 반응과 확대 건의를 들었는데, 국비를 전액 삭감했다는 건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매출 하락과 민생 어려움이 가중시킬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정부 예산’을 편성하며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한 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면서 “민생을 무엇보다 제일 우선시하겠다는 정부가 이런 결정을 하다니 이는 어처구니없고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페이스북에 “대형유통점과 대형 플랫폼의 확장으로 지역 소상공인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 화폐는 재래시장 및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상생의 방안”이라며 “서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경제살리기 정책인 지역화폐 지원을 위한 방안을 다시 한번 제고해주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과거에도 지역화폐 논란…이재명, 국책연구기관과 설전 벌이기도

2년 전인 2020년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있던 시절에도 지역화폐를 두고 비슷한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작성한 보고서를 두고 이 지사가 비판하며 논란이 됐다. 해당 보고서에는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세연의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는 지역화폐에 대한 9000억원의 정부 보조금 가운데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못하는 순손실은 46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발행 시 액면가의 2% 정도인 인쇄비와 금융 수수료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올해 연간 1800억원 규모의 부대비용도 발생해 경제적 순손실이 올 한 해 총 226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역화폐를 싸게 팔아 현금화하는 일명 ‘현금깡’에 대한 단속 비용과 일부 업종의 물가 인상 효과에 따른 실질 구매력 하락 등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손실이 다양하게 발생하고, 지역화폐 도입이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화폐 폄훼한 조세재정연구원 발표가 얼빠진 이유 5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보고서 내용에 대해 반박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당시 “정부가 채택해 추진 중인 중요정책에 대해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고 정치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방적 주장을 연구 결과라고 발표해 정부 정책을 폄훼하는 정부 연구기관이 아까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현실이 실망스럽다”며 “엄중 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현금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복지지출은 복지혜택에 더해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생산유발이라는 다중효과를 내고, 거주지역 내 사용을 강제하여 소비집중 완화로 지방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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