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대법원이 그의 석방 요구를 기각하면서 사회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웃 중남미 국가들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입장이 엇갈려 이번 사안이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페루 대법원은 13일(현지시간) 탄핵당한 뒤 구금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석방 요청을 기각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본인의 탄핵안이 처리되지 않도록 의회를 해산시키려 하면서 반란·음모 혐의로 최소 7일간의 예방적 구금 명령을 받았는데, 이를 기각해 달라는 그의 요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세자르 산마틴 카스트로 대법관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의회 해산 명령이 “페루 헌법의 근간을 흔들고 공권력 구성을 바꾸겠다는 구체적인 의지의 표현”이었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본래 13일까지로 예정돼 있었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구금 기간은 일주일을 넘기게 됐다. 페루 검찰은 이번 주 내로 그의 추가 구금 기간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 일간지 안디나는 검찰이 그를 최장 3년간 교도소에 가둘 수 있는 법적 기반까지 마련했다고 전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페루에선 사회적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서 자신이 “검찰의 부당하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구금돼 있다”고 항변했으며, 구금된 뒤에도 트위터를 통해 본인은 대통령직을 찬탈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법원이 전 대통령의 구금 기간을 사실상 연장하면서 현지매체들은 카스티요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는 더욱 격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페루 각지에선 카스티요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의 복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정부 행정과 공공 서비스 실태를 감시하는 헌법 기관인 페루 옴부즈맨 사무소는 일주일간 계속된 시위로 지금까지 최소 6명이 숨졌다고 밝혔으며, 국영 언론은 시위대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경찰 130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탄핵이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남미 이웃국 수장들이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외교적 마찰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아르헨티나·멕시코·볼리비아 정부는 지난 12일 “자유 선거권으로 표현된 페루 국민의 뜻을 되돌리지 마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페루 당국에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석방하고 그가 대통령직을 재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촉구한 셈이다. 이들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여전히 페루의 합법적인 지도자로 간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페드로 앙굴로 페루 총리는 4개국 정부가 “현실에 무지하다”며 반박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당선인은 이웃국 수장들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자 “합헌적인 조치”라며 이를 신속하게 인정한 것이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도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해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 했다”면서 볼루아르테 신임 대통령을 응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