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난방비 인상은 문재인 정부 때문” VS 야당 “전 정부 탓 급급해 대책 마련은 뒷전”

2023.01.25 19:12 입력 2023.01.25 21:36 수정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문재인 정부 당시 가스 가격이 2~3배 오를 때 난방비를 13%만 인상시켜 이후 모든 부담이 윤석열 정부의 몫이 됐다”(김기현 의원)

국민의힘이 25일 ‘난방비 폭탄’이 문제가 되자 문재인 정부 시기 도시가스의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가 상승했음에도 적절하게 가스요금을 인상하지 않아 윤석열 정부가 인상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난방비 폭탄에도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빠져나가려 하고 역시나 전 정부 탓으로 돌리기에 바쁘다”며 “부디 설 민심을 직시하여 민생 경제를 최우선시하고 부당한 권력 행사는 중단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시급한 형국에도 현 정부 출신 인사들은 전 정부 탓하기에만 급급한 채 정작 중요한 대책 마련은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에너지통계종합정보시스템 등을 통해 과거 정부의 가스 요금 인상 사례를 살펴봤다. 취재 결과 국민의힘이 기준으로 한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주택난방용)의 경우 이명박 정부는 LNG 수입단가가 1t당 528.8달러에서 865.1달러로 60% 치솟았던 2011년 1월부터 2012년 6월 사이 가스요금을 832.3원(단위: 원/㎥)에서 874.12원으로 5.0% 인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월부터 11월 사이 LNG 수입단가가 1t당 587.9달러에서 870.6달러로 48% 상승했고 가스요금은 631.5원(단위: 원/㎥)에서 671.7원으로 7.2% 인상됐다. 문재인 정부는 수입단가가 180% 가까이 오르는 동안(2021년 5월~2022년 5월) 요금을 11.6% 인상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현재까지 요금을 23.9% 인상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 이후로도 LNG 수입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1t당 723.3달러(2022년 5월)에서 1255달러(2022년 12월)까지 70% 가량 오른 것을 감안해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윤석열 정부의 도시가스 요금 체감 인상률이 높은 것은 이런 이유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 권경락 활동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충분히 예견이 됐던 상황이었다”며 “문재인 정부 탓을 하는데 문재인 정부 때 국제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지금처럼 올라갔나.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 LNG 수입단가는 400~600달러로 안정적이었으나 임기 말인 2021년 9월 이후부터 급등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다른 논리도 있다.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한국가스공사의 누적적자 때문에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류성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작년 가스공사에 누적 미수금이 약 9조원에 달하는 걸로 알려졌다”며 “이렇게 된 것은 전 정권의 에너지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이고 그 후폭풍이 지금 가스요금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난방비 문제는 정부가 좀 더 여유가 있고 재정적 여력이 있으면 더 지원해야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해 송구스럽다”며 가스요금을 인상하지 않는 대신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취지다.

설 연휴 끝자락부터 전국에 올 겨울 최강 한파가 닥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열 요금 인상 등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25일 서울 관악구의 연립주택 외벽에 설치된 도시가스 계량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기자

설 연휴 끝자락부터 전국에 올 겨울 최강 한파가 닥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열 요금 인상 등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25일 서울 관악구의 연립주택 외벽에 설치된 도시가스 계량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기자

가스공사의 적자를 가스요금 인상만으로 해결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 한국가스공사 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가스요금이 오르는 건 알겠는데 국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좀 감안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적자라고 요금을 올리면 결국 국민들 돈으로 본전 치기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가스공사가 적자를 본 이유 중에는 해외 자원 개발을 추진하다가 잘 안 된 점도 있다”며 “결론적으로 그런 손해가 누적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이번 난방비 폭등과 연결짓기도 했다. 태영호 의원은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 일류이던 원전 기술과 원자력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한국전력 누적 적자가 30조원에 이르게 만들고도 강추위가 몰려오니 국민의 난방비가 걱정된다고 하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고 말했다.

난방비는 도시가스요금과 열요금(도시가스가 아닌 지역난방으로 난방을 하는 열 요금)으로 나뉜다. 이 중 도시가스 요금은 난방 연료인 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 요금을 책정한 뒤 각 시·도가 공급 비용을 고려해 소매 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열요금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집단에너지사업자가 도시가스요금에 연동해 가격을 조정한다. 결국 난방비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과는 큰 관계가 없는 것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과거부터 우리나라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은 정부의 강력한 통제 하에 있었다”며 “자꾸 지난 정부를 탓하기 보다는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가스 요금을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고 정면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런 때일수록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된다”며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가스공사의 적자가 누적되면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어서 어느 정도 차근차근 가스요금을 올리면서 적자를 보전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취약 서민계층에 대해서는 되도록 고려를 해서 (인상폭을) 감안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