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반등한 이유

2023.02.25 03:00 입력 2023.02.25 03:01 수정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반등하면서 달러당 1300원 수준까지 되돌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불과 2~3주 전만 해도 장중 1220원을 하회하면서 달러당 1100원대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무엇이 이런 환율의 움직임을 만들어낸 것일까.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지난해 초 약 120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해서 큰 폭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었는데,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를 보유할 때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를 보유하는 데 대한 매력이 높아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달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3월 0%였던 기준금리가 0.25%로 인상된 후 지난 1월 추가 인상으로 인해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4.5~4.7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원·달러 환율이 오른 이유가 설명되는 듯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지난해 10~11월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넘어섰는데, 이때 미국 기준금리는 3.75~4% 수준을 막 넘어서고 있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니 달러가 더 강해지면서 환율이 1200원대에서 1440원대까지 오른 것은 이해가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1440원대를 기록하던 원·달러 환율은 1220원 수준까지 급락했는데, 이상하게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후에도 꾸준히 인상되어서 현재 5%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올랐는데,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어졌던 최근에는 환율이 1220원대로 떨어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금융 시장은 미래를 반영한다. 재건축 투자와 원리가 비슷한데, 아무리 낡은 아파트라도 새 아파트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면 그 아파트의 가격을 끌어올리곤 한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인상됐다는 사실 자체도 중요하지만, 향후 금리가 더욱 인상될 것인지, 아니면 인상을 멈추고 인하로 돌아서게 될지 등 미래 전망이 환율에 녹아들 수 있다.

올해 들어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점증하고 이머징 국가들의 장기 부진 가능성이 부각되자 금융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를 전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 유동성 공급을 늘려줘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은 금리를 인상하지만 머지않은 언젠가의 시점에는 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하해줄 수 있다. 이런 기대를 갖게 된다면 시장은 현재의 금리 인상보다는 머지않은 미래에 찾아올 수 있는 금리 인하 전환에 더 높은 비중을 둘 수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을 멈추고 하반기에는 1~2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 기대가 미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달러의 약세, 즉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야기한 것이다. 이에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1440원대를 기록한 환율이 1220원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렇다면 빠르게 하락하던 환율이 다시금 1300원대로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월 중순 공개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발표 당시 시장의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6월 9.1%를 고점으로 12월 6.5%까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월 0.45% 수준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된 것인데 그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1월에는 6%대 초반으로 물가 상승률이 내려와야 한다. 그러나 물가가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6.4%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불과 0.1%포인트 수준 낮아진 소비자물가지수에 시장 참여자들은 실망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대의 물가로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연내 기준금리 인하까지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전망이 아닐까. 하반기 빠른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없다면, 그런 금리 인하 기대로 큰 폭으로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금 고개를 들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고개를 든 것이 지금의 달러당 1300원의 환율이라고 볼 수 있다.

환율은 귀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금리에 대한 전망이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금리 그 자체가 아닌, 미래 금리에 대한 전망이 환율에 투영되는 만큼 금리의 향후 흐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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