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 미술관의 사리, 국내에 18일 돌아온다

2024.04.17 16:09 입력 2024.04.17 21:45 수정

조계종, “2월 합의 따라 인수, 진신사리·나옹선사 사리 등 19일 공개”

문화재청, “고려시대 사리구는 국내에 임시 대여 협의 중”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의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와 사리구 내 사리들을 담고 있던 5개의 소형 사리함 모습. 사리구에 봉안됐던 사리들 만이 18일 국내로 돌아온다. 문화재청 제공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의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와 사리구 내 사리들을 담고 있던 5개의 소형 사리함 모습. 사리구에 봉안됐던 사리들 만이 18일 국내로 돌아온다. 문화재청 제공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출된 뒤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안에 봉안된 사리들이 기증을 통해 18일 국내로 돌아온다.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는 불교공예품 사리구는 기증 대상에서 빠져 미국에 남아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보스턴미술관에서 호산스님(봉선사 주지)과 혜공스님(조계종총무원 문화부장) 등 대표단이 석가여래의 진신사리 등 사리를 인수받아 18일 국내에 도착한다”고 17일 밝혔다.

보스턴 미술관에서 사리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사리 이운 의식 행렬. 조계종 총무원 제공

보스턴 미술관에서 사리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한 사리 이운 의식 행렬. 조계종 총무원 제공

보스턴 미술관에서 거행된 사리 이운 의식의 한 장면. 조계종 총무원 제공

보스턴 미술관에서 거행된 사리 이운 의식의 한 장면. 조계종 총무원 제공

조계종은 “보스턴박물관의 소장 자료에 따르면, 가섭불·정광불·석가불 세분의 여래(불·부처)와 고려시대 지공·나옹 선사(조사·스님) 등 두분 조사와 관련된 사리·사리 편(조각)”이라며 “석가불 진신사리 등 사리의 환지본처(본래 자리로 돌아옴)는 예배대상으로서의 본래 가치를 회복하는 등 말할 수없는 불교적·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가섭불은 석가여래 이전에 출현한 과거 칠불(七佛) 중 6번째 부처이며, 정광불은 석가모니에게 미래에 성불하리라고 예언했다는 부처를 말한다. 또 지공선사(?~1363)는 고려시대에 양주 회암사를 창건한 인도 출신 스님이다. 나옹선사(1320~1376)는 공민왕의 왕사로 활동하는 등 불교사에 큰 업적을 남겼으며, 대중적으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라는 시로 잘 알려져 있다.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가 제작한 사리구 재현품에 봉안돼 국내로 돌아온 사리는 1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 의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후 내달 19일에는 원래 봉안됐던 곳으로 알려진 경기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봉안 법회가 열린다.

조계종 총무원은 “돌아오는 여래·조사의 사리가 각각 몇 과라고 표현하기는 힘들다”며 “사리함들 속에 있던 사리, 사리와 함께 있던 여러 사리 편들도 있다”고 밝혔다. 당초 사리는 석가모니 1과를 비롯해 지공선사 1과·나옹선사 2과 등 4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들 사리 외에 가섭불·정광불 관련된 여러 편도 함께 인수한 것이다.

총무원 관계자는 “특히 가섭불·정광불은 현세에 실존한 부처가 아닌 과거 부처로, 이들 부처의 사리는 구슬 모양 결정체인 일반적인 사리로 생각할 수는 없다”며 “신체에서 나온 통상의 사리 개념이 아니라 부처의 법을 증표하는 ‘법 사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스턴미술관 측은 이날 “사리와 사리편들은 1939년 일본 야마나카 상회로부터 구입한 고려 후기(14세기)의 사리구에 봉안됐었다”고 밝혔다. 야마나카 상회는 당시 미국·영국·중국 등에 지부를 두고 동양의 고미술품들을 판매한 일본 업체다.

미술관은 “사리내함의 명문에 따르면, 사리는 석가불·가섭불·정광불 뿐아니라 지공선사·나옹선사와도 관련돼 있다”며 “사리구의 원래 봉안처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알려진 바 없다”고 덧붙였다. 보스턴미술관 매튜 테이틀바움 관장은 기증과 관련, “커다란 종교적 중요성을 지닌 성물을 종단에 기증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고, 이를 계기로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산스님(봉선사 주지, 오른쪽)과 매튜 테이틀바움 보스턴미술관장이 기증동의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제공

호산스님(봉선사 주지, 오른쪽)과 매튜 테이틀바움 보스턴미술관장이 기증동의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제공

사리들이 봉안된 고려시대 사리구는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 외함, 이 외함 안에 실제 사리를 안치한 5개의 소형 ‘은제도금 팔각당형(육각탑형) 사리함’으로 구성돼 있다. 은으로 만들어 도금한 외함은 고려말 제작된 것으로 보이며,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라마탑형 구조다. 이들 사리구는 고려 말 나옹선사 입적 후 만들어져 회암사에 봉안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리구와 사리는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실이 국내에 알려진 이후 문화재청과 불교계가 지난 2009년 사리·사리구의 동반 기증을 통한 환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보스턴미술관은 불법취득의 증거가 없다며 반환을 거부했다.

이어진 협의 과정에서 미술관은 사리구의 반환은 안되지만 사리는 신앙 대상물이어서 기증할 수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문화재청과 불교계는 사리와 사리구는 하나의 유산으로 함께 기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2013년 이후 사실상 협의가 중단됐다.

이후 2023년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당시 김건희 여사가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자리에서 사리구 논의 재개를 요청해 다시 협의가 시작됐다. 그리고 지난 2월 문화재청·대한불교조계종과 보스턴미술관은 결국 미술관측 입장대로 사리만 조계종에 기증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문화재청과 불교계가 사리와 사리구의 동반 반입 입장을 접은 것이다. 다만 사리구는 일정 기간만 국내에 임시 대여하기로 했다. 당시 문화계 관계자는 “사리와 사리구가 함께 오는 것이 중요하지 사리 만이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그 전에 진작 돌아올 수있었다”고 밝혔다. 사리구 임시 대여와 관련, 문화재청은 이날 “임시 대여를 위한 절차 등 세부 사항들을 협의·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사리 기증과 관련, 호산스님은 “마침내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역대 조사의 사리가 회암사로 환지본처해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다”며 “진신사리의 역사적·종교적 위상과 가치에 맞게 여법하게 예경의 대상으로 봉안해 모시겠다”고 밝혔다. 기증 협상에 참여한 총무원 혜공스님(문화부장)은 “종단과 문화재청, 보스턴총영사관을 포함한 외교부, 시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달성한 성과”라며 “보스턴미술관 측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