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예순두 살의 장봉기(김종구)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푸근한 얼굴에 파란 경비복을 입은 장봉기의 모습은 친숙한 ‘경비 아저씨’ 그 자체죠. 그런데 누군가 직업을 물으면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허허, 작가입니다.”
장봉기는 소설을 씁니다. 무려 30년에 걸쳐 쓴 역작 <눈 떠보니 베르사유 궁전>을 막 완성한 참입니다. 하지만 작가 데뷔의 꿈을 안고 찾아간 출판사에서 “자질도 재능도 없다”는 혹평을 듣고 맙니다. 실망도 잠시. 그래도 밥은 먹어야죠. 장봉기는 배달 앱을 켭니다. 족발 사진이 먹음직스럽습니다. 주문을 하려는데 ‘리뷰 서비스’라는 문구가 그의 눈에 들어옵니다. ‘세상에. 리뷰를 쓰면 음식을 공짜로 준다고?’
<리뷰왕 장봉기>는 아파트 경비원이자 무명 소설가인 장봉기가 배달 앱 ‘리뷰왕’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입니다. 서비스 볶음밥을 받기 위해 남긴 리뷰가 반향을 얻고, 망할 뻔한 식당이 되살아나면서 그의 리뷰 인생이 시작됩니다.
신이 난 장봉기는 열정을 불태워 리뷰를 남기기 시작합니다. 음식을 먹고 나면 경건한 마음으로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합니다. 작가적 역량을 동원해 한 문장 한 문장 써내려갑니다.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그의 찰진 리뷰는 폭발적인 주문으로 이어지고, ‘별점 테러’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식당들은 구사일생하죠. 그런데 이 별점 테러 뒤에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소박한 드라마입니다. 수백 억원대 제작비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가 흔한 세상이니 더 그렇죠. 하지만 살인이나 불륜, 복수처럼 자극적인 이야기의 홍수 속에서 때론 소소하게 공감하며 볼 만한 드라마도 필요합니다. 60대 아파트 경비원과 자영업자들이 주요 등장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신선하고요. 드라마 전반에 깔려있는 ‘B급 감성’은 쿡쿡 웃음을 자아냅니다.
무엇보다 끈덕지게 꿈을 좇는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소설가로 성공하지 못해도 장봉기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게 배달 앱 리뷰일지라도요. 장봉기는 리뷰왕 또는 작가로서의 자존심과 원칙도 늘 지킵니다. “맛없는 음식을 맛있다고 쓸 순 없습니다.”
음식을 먹고 리뷰를 남기는 인물이 주인공인 만큼 매회 ‘먹방’이 등장합니다. 족발, 떡볶이, 인도 커리, 국밥 등 메뉴도 다양한 음식을 음미하고 감탄하는 장봉기의 모습은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동명의 단편영화가 원작입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등에서 상영된 19분 길이의 영화가 70분 짜리 드라마로 재탄생했습니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선 갑질하는 입주민 대표가 빌런으로 등장합니다.
지난달 29일 1~7화가 한꺼번에 공개됐습니다. 티빙, 웨이브,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 길이가 10분 정도라 출퇴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짧게 즐길만 합니다.
고독한 미식가 지수 ★★★★ 족발, 치킨, 떡볶이…배달 앱은 켜게 된다
초간단 후루룩 지수 ★★★ 출퇴근길 10분 스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