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한 하이브-어도어 갈등, 하이브 “민희진이 경영권 탈취하려”···민희진 “사실무근”

2024.04.25 21:16 입력 2024.04.25 22:06 수정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 모습. 성동훈 기자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 모습. 성동훈 기자

국내 최대 K팝 엔터테인먼트사인 하이브의 내부 갈등이 폭발했다. 하이브는 25일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뉴진스 소속사)의 민희진 대표의 “경영권 탈취 계획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민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들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 대표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권 찬탈을 계획한 적도, 실행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하이브는 이날 “민 대표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는 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하이브는 지난 22일부터 어도어를 상대로 내부 감사를 실시 중이다.

하이브가 언론에 공개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 간의 카카오톡 대화. 하이브 제공

하이브가 언론에 공개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어도어 부대표 A씨 간의 카카오톡 대화. 하이브 제공

하이브 “민희진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
“어도어 빈껍데기” 대화록 공개

하이브는 “감사 대상자 중 한 명이 어도어의 하이브 경영권 탈취 계획과 이를 위한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를 하이브에 증거로 제출했고, 하이브 공격용 문건의 작성 사실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이날 감사 과정에서 확보한 민 대표와 어도어 A부대표 간 카카오톡 대화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카톡에는 A부대표가 민 대표에게 ‘2025년 1월2일에 풋옵션 행사 엑시트(exit)’ ‘어도어는 빈껍데기 됨’ ‘재무적 투자자를 구함’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라고 말하자, 민 대표가 “대박”이라고 답한 것으로 되어있다. 하이브는 어도어가 경영권 탈취를 모의하는 과정에서 뉴진스의 전속 계약 중도 해지 방안, 민 대표와 하이브 간 계약 무효화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전했다.

경영권 탈취 의혹을 받고 있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준헌 기자

경영권 탈취 의혹을 받고 있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준헌 기자

민희진 “계획도, 실행도 없었다”
하이브 상대로 ‘내부고발’도 밝혀

민 대표는 강하게 반발했다. 민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찬탈을 계획한 적도, 의도한 적도, 실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지금의 상황이 “희대의 촌극”이라며 처음엔 반박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하이브가 공개한 자신과 A부대표 간 카카오톡 대화는 아무 의도가 없는 사담이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가 과거에 하이브와 맺은 주주 간 계약 상 불리한 점이 있어 재협상을 하던 중이었는데, 협상이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에서 나눈 사적 대화였다는 것이다. 민 대표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이숙미 변호사는 “업무상 배임죄는 회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실제 해야 성립하는 것인데, 어떠한 행위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애초에 민 대표가 갖고 있는 18% 지분으로 경영권을 탈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민 대표가 있는 어도어는 하이브가 80%, 민 대표가 18%, 어도어 경영진이 2%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동석한 세종의 이수균 변호사는 “지분이 80대 20인 상황에서 경영권 찬탈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민 대표는 감사가 들어오기 전 하이브를 상대로 ‘내부 고발’을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다만 내부고발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민 대표는 “내부 고발은 하이브가 내부적으로 반성하고, 시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했던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 장에 들어서고 있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 이준헌 기자

기자회견 장에 들어서고 있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 이준헌 기자

“르세라핌 데뷔 전 ‘뉴진스 홍보 말라’는 지시도”

민 대표는 2시간 이상 이어진 회견에서 SM엔터테인먼트 퇴사 후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요청으로 하이브에 합류하기까지의 과정, 뉴진스를 데뷔시키는 과정에서 하이브로부터 받았던 부당한 대우, 그 과정에서 박지원 하이브 대표와 나눴던 카카오톡 대화 등을 폭로했다. 민 대표는 방 의장이 프로듀싱하는 쏘스뮤직의 그룹 르세라핌이 데뷔하기 전까지 ‘뉴진스’ 홍보는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고, 데뷔 후에 그룹이 흥행할 때에도 축하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이브가 저를 배신했다. 써먹을 만큼 다 써먹고, 이제 필요없으니까 찍어누르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브 산하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으로 최근 데뷔한 신인 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민 대표는 빌리프랩이 아일릿 데뷔 과정에서 뉴진스의 전반적인 홍보 방식을 베꼈다며 “이게 안좋다고 이야기하는 게 좋은 직원이다. 이건 아일릿도 망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뉴진스 컴백 앞두고 폭로전···‘하이브 뉴진스 생각하나’”

하이브가 뉴진스 컴백 시기와 맞물려 어도어에 감사를 들어오고, 그 과정을 사실상 언론에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뉴진스를 생각하는게 맞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뉴진스는 오는 27일 신곡 ‘버블 검’ 뮤직비디오로 컴백한다. 오는 6월26~27일에는 도쿄돔에서 대규모 팬미팅도 예정돼 있다.

하이브는 감사 착수와 함께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한 상태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사임 의사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방 의장이 대화를 제의해 오면 “뉴진스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입장문을 내 민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는 방 의장이 2005년 설립한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뮤직에서 출발한 멀티 레이블 체제의 엔터사다. 산하에 빅히트뮤직과 어도어, 쏘스뮤직, 빌리프렙, 플레디스, KOZ엔터테인먼트 등 6개의 국내 레이블과 미국이타카 홀딩스 등 총 11개의 국내외 레이블을 두고 있다.

민 대표는 SM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것에 관여한 스타 제작자다. SM에서 이사까지 오른 뒤 퇴사 후 2019년 하이브로 회사를 옮겼다. 그가 2022년 처음으로 선보인 그룹 뉴진스는 데뷔와 동시에 4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그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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