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는 서로 돕는다, 그래서 강하다” 장애인 버디 무비 ‘나의 특별한 형제’

2019.04.29 15:25 입력 2019.04.29 19:57 수정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한 장면. NEW 제공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한 장면. NEW 제공

장애인이 주인공인 ‘버디 무비’는 그동안 적지 않았다. 국내 근작만 해도 <그것만이 내 세상>(2018), <형>(2016)이 곧바로 떠오른다. 할리우드 영화 <레인맨>(1988) 이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형제애를 그린 작품의 계보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온 셈이다.

그러나 장애인과 장애인의 관계에 주목한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업영화 틀 안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특별함’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영화는 말한다. “약한 사람들은 서로 도울 줄 안다. 그래서 강하다.” 장애인은 단지 도움의 대상이 아니며, 약자를 배려하는 시스템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서로간의 연대를 통해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존재라고 외친다.

영화는 지체장애인 최승규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씨의 실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1996년 광주 ‘작은 예수의 집’에서 만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우며 친해졌다. 최씨는 만 4년간 등하굣길에 휠체어를 끌어준 박씨 덕분에 2006년 광주대 사회복지학과 졸업장을 따냈다. 이 ‘특별한 콤비’는 영화 속에서 비상한 두뇌를 가진 지체장애인 세하(신하균)와 뛰어난 수영 실력을 소유한 지적장애인 동구(이광수)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장애인 시설 ‘책임의 집’에서 형제처럼, 한 몸처럼 살아가던 이들은 각기 다른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세하가 어렵게 짜낸 대안은 이렇다. 동구를 수영 대회에서 입상시켜 세간의 이목을 끌고 독립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수영장 아르바이트생 미현(이솜)의 도움으로 희망이 조금씩 보이지만, 이 콤비의 존속은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한 장면. NEW 제공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한 장면. NEW 제공

모난 데 없이 따뜻하고 유쾌한 코미디 영화다. 특히 지금껏 사회적 약자에게 강요되던 ‘선하고 연약한’ 이미지를 치받으며 웃음을 유발하는 솜씨가 제법이다. 세하는 재정난에 처한 ‘책임의 집’을 살리기 위해 학생, 학부모, 취업준비생들에게 ‘봉사활동 증명서’를 팔아제낀다. 하나의 ‘스펙’으로 전락한 봉사활동에 대한 비판까지 자연스레 수행된다. 세하와 동구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도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알람 시계’가 이들의 우애를 보여주는 중요 소품이다. 동구는 매일 새벽 3시마다 잠에서 깨 세하의 몸 방향을 바꿔준다. 세하는 매일 아침 동구를 변기에 앉혀두고 이름, 생활 지침 등 기본적인 것들을 일러준다. 귀찮은 일이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일상이 모여 엮인 이 단단한 관계에 쉽게 몰입한다. 물론 장애인의 모습을 희화화, 대상화 없이 담백하게 보여준 두 배우의 열연도 큰 역할을 한다.

다만 극적인 재미를 위해 놓친 몇몇 지점들이 눈에 띈다. 특히 형제의 조력자로 나선 여성 인물 미현이 그렇다. 고시원에 사는 취업준비생 미현이 세하와 동구와 갑자기 ‘절친’이 되는 동기와 과정이 충분히 설명돼 있지 않다. ‘젊은 여성’ 조력자를 극에 배치하기 위한 무리수처럼 보인다. 또한 실화에 기반하지 않은 후반부 재판 장면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특히 마치 악인의 교과서처럼, 법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만을 줄줄 읊는 변호사의 모습은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몇몇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강한 약자’의 힘이 빛을 발하는 영화다. 실화에 기반했다는 점이 한층 뭉클하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돌풍 속에서 이 따뜻한 영화가 빛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한 장면. NEW 제공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의 한 장면.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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