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파파

“자신을 낮춰 웃음을 주는 교황… 방명록 서명도 귀퉁이에 작게 해”

2014.08.18 21:57 입력 2014.08.18 22:37 수정

방한준비위원장 강우일 주교가 본 프란치스코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장을 맡은 강우일 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는 4박5일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을 보좌하며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봤다. 강 주교는 18일 브리핑에서 ‘교황의 유머’에 대해 전했다.

그는 “유머 중에서 가장 차원 높은 유머가 자기 자신을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교종(교황)께서 우리를 웃겨주시는 방법이 굉장히 독특했다”며 방한 첫날인 지난 14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주교단을 만난 이야기를 꺼냈다.

[고마워요, 파파]“자신을 낮춰 웃음을 주는 교황… 방명록 서명도 귀퉁이에 작게 해”

한국 주교단은 교황 방문 기념으로 서명을 요청하기 위해 큰 마분지로 된 방명록을 준비했다. 왼쪽에는 교황의 문장을 그려놓았고 서명을 위해 오른쪽 전면을 비워놓았다. 강 주교가 교황에게 방명록을 내밀자 교황은 탁자 위에 놓인 방명록에 정성껏 서명을 했다. 그런데 교황의 서명이 끝날 무렵 주교들의 웃음이 터졌다. 커다란 크기의 방명록 한구석에 별다른 코멘트 없이 아주 작은 글씨로 ‘Francisco(프란치스코)’라고 썼기 때문이다.

강 주교는 “한쪽 귀퉁이에 돋보기를 써야 보일까 말까 한 서명이었다”며 “보통은 큰 글자로 썼을 텐데 일부러 조그맣게 쓰신 것은 성인 프란치스코가 다른 사람 앞에 겸손하게 드러나려고 애썼던 것처럼 당신이 큰 인물로 드러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1984년,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 고 김수환 추기경을 보좌하며 교황 방한을 준비했다. 한국의 교황 방한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는 ‘외향적’이고 프란치스코는 ‘내향적’이라고 말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종은 대학 때 연극을 해서인지 스스로 연출을 잘하는 편이라 극적인 행동이나 말씀이 드러났다”며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자마자 땅바닥에 입맞추는 것부터 극적인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반면 “프란치스코 교종은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정과 사랑을 송두리째 내어주는, 힘들어하는 사람을 끌어안으려고 하는 속정 깊은 모습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교황이 이번 방한에서 영어를 여러 번 사용한 것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티칸 국무성 관계자들이 한국 방문 기간에 영어 실력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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