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파파

교황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나오기까지

2014.08.18 22:04 입력 2014.08.18 22:36 수정
김여란 기자

팽목항이 눈에 밟혀… 한국의 ‘깊은 슬픔’에 안타까움·위로 전해

가족들 방문·기도 요청에 자필 서명·묵주 담아 화답… 끝까지 ‘소외되고 낮은 곳’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한국을 떠나기 직전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자필 서명을 담은 편지를 전하고 묵주를 선물했다.

지난 15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교황에게 전한 편지에 대한 답이자 실종자 10명과 그 가족들이 남아 있는 진도 팽목항을 찾지 못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다. 교황은 지난 17일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이호진씨(56)의 세례식을 마친 뒤 배석한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인 김건태 신부에게 편지를 주면서 “위로의 마음을 꼭 전달해달라”며 간곡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신부는 이 편지와 교황 묵주를 들고 19일 오후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와 함께 팽목항을 찾아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고마워요, 파파]교황 ‘세월호 실종자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나오기까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아픔을 대변하는 세월호 참사 가족, 그중에서도 아직 가족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에게 편지를 전한 것은 언제나 가장 소외되고 낮은 자들 곁에 임해온 교황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교황은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전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쓴 편지를 받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교황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식을 찾지 못한 채 평생 가슴에 커다랗게 뭉친 피멍을 안고, 어깨와 등에 자식의 십자가를 뼛속 깊이 박아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할 저희 실종자 가족들에게도 교황님의 위로와 안식을 위한 기도가 전해질 수 있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자식들이 부모의 품에 안겨 위로받으며 부모와의 이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부모 또한 차디찬 아이들의 시신만이라도 꼭 끌어안고 목놓아 통곡하며 하늘나라로 보내줄 수 있도록 우리 실종자 가족들과 잃어버린 10명의 마지막 만남을 위해 기도해주실 것을 교황님께 간절히 청한다”고 했다.

교황은 이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십자가를 등에 지고 900㎞를 도보 순례한 이호진씨 등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 학생 등 10명을 면담했다. 그러나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이 자리에 오지 못했다. 교황은 방한 내내 세월호 참사 가족들을 위로하고 감싸는 행보를 했다. 또한 교황은 가족들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줬다. 도보 순례한 이씨가 등에 지고 온 길이 130㎝, 무게 6㎏의 십자가를 받아서 로마로 가져가겠다고 약속했고, 이씨의 부탁대로 직접 프란치스코란 이름으로 세례를 줬다.

세월호 유가족이 전달한 노란 리본을 방한 내내 사제복에 달고 다니며 애도를 표했다. 그러나 가족을 찾지 못해 넉 달 넘게 매일같이 참사를 겪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특별히 위로를 전할 기회는 없었다.

방한 중 교황이 진도 팽목항을 찾을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빡빡한 일정 때문에 성사되지는 않았다. 위로를 바라는 실종자 가족의 편지를 읽은 교황이 이 같은 상황이 마음에 걸려 한국을 떠나기 직전에 간절한 기도를 담은 편지와 묵주를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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