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슈퍼카의 DNA를 가진 이탈리아의 또 다른 아이콘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GT)’

2012.07.02 15:35 입력 2012.07.03 10:00 수정

마세라티(Maserati)는 이탈리아 특유의 DNA에 충실한 수퍼카 브랜드다. 설립 초기 레이싱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디자인을 더한 마세라티는, 이제는 고성능 스포츠 세단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맥락에서, 레이싱 분야의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온 페라리(Ferrari)와 쉽게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마세라티가 쌓아온 그란투리스모(Gran Turismo, GT카, 장거리 운전에 적합한 고성능의 자동차)의 명성은 오늘날 이탈리아를 대변하는 또 다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여러 챔피언십과 F1그랑프리 등 레이싱 대회에서 500회 이상 우승한 뛰어난 활약상은 고성능 수퍼카 브랜드로 평가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마세라티 A6 1500.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마세라티 A6 1500.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이탈리아 특유의 DNA를 지닌 수퍼카 = 마세라티의 역사는 마세라티의 여섯 형제들, 즉 마세라티가(家)에 의해 시작됐다. 모든 형제들이 자동차 관련업에 몸을 담고 있었던 사실도 창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그중에서도 레이싱 드라이버이자 기술자로 이름을 알렸던 넷째 알피에리(Alfieri)가 있었기에 자동차 제작업체의 창업이 가능했다. 원래 기관차 운전자였던 로돌포 마세라티(Rodolfo Maserati)와 캐롤리나 노시(Carolina Losi) 사이에 7명의 형제가 있었으나 셋째인 알피에리가 어릴적 사망한 후 넷째에게 또 다시 알피에리라고 이름을 지었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그릴에 자리한 마세라티 엠블럼.<br /><출처: (CC) Tennen-Gas at Wikipedia.org>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그릴에 자리한 마세라티 엠블럼.
<출처: (CC) Tennen-Gas at Wikipedia.org>

알피에리는 1914년 이탈리아 볼로냐(Bologna)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열었다. 이후 마세라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오피치네 알피에리 마세라티(Officine Alfieri Maserati)’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한다.(당시에도 수작업 공정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현재는 ‘오피치네 알피에리 마세라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직접 시뮬레이션 한 후 주문이 가능하도록 했다.)

마세라티 A6G 2000.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마세라티 A6G 2000.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알피에리 주도 마세라티家 창업, 첫 제작 모델 티포 26 =초기 창업 당시에는 이탈리아의 명품 수제 차량인 이소타-프라스키니(Isotta-Fraschini)의 차량을 레이싱카로 제작하는 일을 주로 했다. 알피에리는 본인이 경주용 차량을 제작한 후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마세라티 A6G/54 2000.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마세라티 A6G/54 2000.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그러다 1926년 순수한 마세라티 기술로 제작한 자동차 ‘티포 26’(Tipo 26)을 첫 출시했다. 이때 마세라티의 상징인 ‘삼지창’ 엠블럼도 최초로 일반에 공개됐다. 마세라티 최초의 생산 모델이자 삼지창 엠블럼을 세상에 알린 티포 26은 출시 후 수많은 레이싱 대회를 석권하며 전설의 경주차로 등극한 차이기도 하다.

참고로 마세라티의 삼지창 엠블럼은 알피에리의 동생 마리오(Mario) 마세라티가 고안한 것이다. 그는 마세라티 형제들 중 유일하게 자동차 관련업에 종사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예술가였던 그는 이탈리아 볼로냐의 마조레 광장에 있던 넵투누스(Neptunus, 바다의 신 포세이돈) 조각상에서 넵투누스가 들고 있던 삼지창을 모티브로 따왔다고 한다.

전설의 경주차로 불리는 마세라티 250F.<br /><출처: (CC)Spurzem at wikipedia.org>

전설의 경주차로 불리는 마세라티 250F.
<출처: (CC)Spurzem at wikipedia.org>

레이싱 대회의 강자로 부상한 마세라티는 기술개발에도 여력을 쏟았고, 그 결과 1929년 16기통의 초대형 엔진을 얹은 V4를 개발해냈다. 마세라티의 V4를 몬 이탈리아 경주 자동차 드라이버 보르짜치니(Borzacchini)는 그해 246.069㎞/h라는 경이로운 지상 최고 속도 기록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또 2년 후엔 4CTR과 알피에리의 유작인 전륜구동 8C 2500이 출시됐다. 1933년 이탈리아 드라이버 타치오 누볼라리(Tazio Nuvolari)의 합류를 기점으로 마세라티는 또 한번의 상승곡선을 타게 된다. 새로운 엔진과 정교하게 튜닝된 섀시로 벨기에 그랑프리와 몬테네로 및 니스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마세라티 5000GT.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마세라티 5000GT.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오르시家 인수, 1947년 첫 GT카 A6 1500 발표 = 1932년 알피에리의 사망으로 기세가 꺾인 마세라티 형제들은 1937년 오르시(Orsi) 가문에 회사를 넘겼다. 회사는 남의 손에 넘어갔지만 10년간 고용을 계약한 마세라티 형제들은 기술자로서 여전히 마세라티의 레이싱카를 제작했다.

하지만 오너인 오르시 가문은 회사 유지를 위해 레이싱카에만 전념할 수 없었다. 양산차 제작을 주문한 것이다. 회사가 넘어간 지 10년만인 1947년 ‘레이싱용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라는 모토 아래 마세라티의 첫 로드카이자 지금의 그란투리스모의 기본 모델인 ‘A6 1500’을 제작했다.

마세라티 기블리. <출처: (CC)Randy Stern at Wikipedia.org>

마세라티 기블리. <출처: (CC)Randy Stern at Wikipedia.org>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Pininfarina)가 디자인한 A6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공개됐다. ‘A’는 창업주인 알피에리 마세라티의 이름 앞글자를, ‘6’은 6기통 엔진을 의미했다. SOHC 1.5ℓ 엔진과 4단 변속기를 장착한 A6는 높은 가격과 평범한 디자인으로 판매 실적은 좋지 않았다.

이듬해 엔진성능을 보다 강화한 A6G.CS(A6G.CorsaSport)를, 1954년엔 직렬 6기통 DOHC 엔진을 얹은 A6G 2000을, 레이싱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기존 A6시리즈의 엔진을 개조한 에브리데이카 콘셉트의 A6G/54 등을 연속으로 출시했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전설의 경주차, 마세라티 250F" = 1950년대 들어 페라리, 알파로메오와 경쟁을 벌였던 마세라티는 1953년 알파로메오의 기술설계자였던 지오아키노 콜롬보(Gioacchino Colombo)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탄생한 모델이 경주대회에서 이름을 떨친 ‘250F’다. 총 26대가 만들어진 250F는 직렬 6기통 2.5ℓ 엔진을 전면부에 배치했다. 이름은 배기량과 포뮬러 경주차임을 상징했다.

250F는 여러 경주대회의 정상을 차지했는데,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 출신의 F1 머신 레이서 후안 마누엘 판지오(Juan Manuel Fangio·세계 타이틀 5회 우승)도 1957년 이 차를 타고 정상에 서기도 했다.

250F는 특히 영국의 자동차전문지 옥탄(Octane)이 뽑은 ‘가장 위대한 경주용 차’(2009년)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당시 250F을 추천한 인사는 497개 경주대회에 출전해 194회(F1 16회 포함)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는 영국 출신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스털링 모스 경(Sir Stirling Moss)이었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MC.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MC. <출처: 마세라티 공식수입사 ㈜FMK>

250F·5000GT·기블리 이어 그란투리스모 MC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던 마세라티는 1957년 공식적으로 레이싱계에서 은퇴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기술력과 이탈리아의 감성적인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우아하고 파워풀한 그란투리스모 제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959년 가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된 ‘5000GT’는 제로백이 6.5초에 불과했다. 1965년까지 단 32대만 주문제작된 5000GT(V8)의 최고속도는 275㎞/h였으며,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450S는 최고속도가 무려 300㎞/h를 기록, 당시 마세라티의 높은 기술 수준을 가늠케 했다.

이후 3500GT와 세브링, 미스트랄, 콰트로포르테가 시장에서 호평받으며 우아한 럭셔리카 이미지를 얻게 됐다. 무엇보다 콰트로포르테의 2도어 버전인 멕시코(Mexico)와 리비아 지역에서 부는 모래바람이라는 의미를 지닌 4.7ℓ 8기통 엔진의 ‘기블리’(Ghibli) 등의 잇따른 성공은 1980년대 초까지 V8엔진 쿠페의 전성기를 알린 시기이기도 했다.

마세라티에도 고난은 찾아왔다. 석유파동과 판매부진이 이어졌고 이후 부침을 거듭하다 1990년대 들어 피아트 그룹에 인수됐다. 가장 최근의 GT 모델은 지난해 8월 공개된 ‘그란투리스모 MC’다. 국내에는 현재 그란투리스모와 그란투리스모 S, 그란투리스모 S 오토매틱, 그란투리스모 MC 네 가지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마세라티 A6 1500 제원
엔진 형식 : 1.5ℓ 직렬 6기통 / 배기량 : 1488㏄ / 최고속도 : 150㎞/h / 차체형식 : 2인승 고정헤드 쿠페 / 최고출력 : 65hp·4700rpm / 전장x폭x전고 : 4100㎜x1560㎜x1350㎜ / 휠베이스 : 2540㎜ / 총 중량 : 1000㎏ / 디자인 : Pinin Farina / 생산년도 : 1946~1950년 / 생산국가 : 이탈리아 / 생산대수 : 6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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