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개혁위, 인적 구성부터 ‘묶자’보다 ‘풀자’가 다수

2014.03.04 21:24 입력 2014.03.04 22:30 수정

(5) 필요한 규제마저 무력화 가능성 높은 규개위

정부의 규제정책을 심의·조정하는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는 규제 완화론자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전횡을 막거나 국민 다수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규제마저도 자칫 규개위에서 완화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개위는 총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용담 전 대법관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경제분과(7명)와 행정사회분과(5명)를 두고 있으며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위원이 6명 참석한다. 규개위 결정은 다수결로 한다.

정홍원 총리를 포함해 정부 측 인사가 7명이므로 나머지 13명의 민간 위원 가운데 4명만 확보하면 정부 의도대로 모든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

[규제 완화의 덫]정부 규제개혁위, 인적 구성부터 ‘묶자’보다 ‘풀자’가 다수

▲ 다수결 결정… 정부 측 7명에민간 4명 확보하면 무사통과
전·현직 기업 사외이사 많아… 이해관계 상충 문제도 발생
부패방지법 ‘사학’ 논의 땐 민간 15명 중 8명 사립교원

민간 출신으로 경제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대표적인 ‘금융규제 완화론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2012년 6월에 임명된 김 교수는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기업규제 완화와 공기업 민영화 등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가 금융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당시 김 교수는 언론 기고문에서 미국 금융산업을 고속도로에, 한국의 금융산업을 국도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도로주행환경 개선작업(금융규제 완화)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이라며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곳곳에 신호등(금융규제)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겉으로 내세우는 안전운행보다는 신호등 설치로 발생할 이득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 확대 차원에서 국내 은행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분과 위원인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의료 시장주의자’로 꼽힌다. 사공 교수는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도록 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해 “비합리적인 규제인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간 보험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건강보험의 공공성 강화보다는 민영화 확대를 주장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노사문제 전문이다. 조 교수는 그동안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는 규제를 풀고, 강성 노조에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현행 파견법상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는 제조업에 대해서는 “독일, 일본 등 제조업 강국은 제조업에도 파견을 허용하는 등 파견에 대한 제한을 가급적 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대기업이 성장하면 협력사의 고용이 늘고 경영실적이 개선된다는 보고서를 최근 펴내는 등 ‘낙수효과’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규개위 민간위원 13명 중 5명은 기업의 사외이사를 역임했거나 역임하고 있다. 이들 사외이사는 규제를 관장하는 위원회와 규제를 피하려 하는 기업 사이에서 이해상충의 문제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다.

김태준 교수는 산업은행의 사외이사 겸 리스크관리위원장, 홍은주 교수는 외환은행 사외이사, 노명선 교수는 대아티아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백윤기 교수와 사공진 교수는 규개위 위원에 임명되기 전에 각각 삼성물산, 삼성전기 사외이사였다. 이밖에도 얼마전까지 위원이었던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와 조원철 연세대 교수는 각각 산업은행, 성지건설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배희숙 이나루티앤티 대표이사는 여성 벤처기업인이다.

이런 이해상충의 문제에 부딪혔던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추진했던 ‘부패방지법’이다. 당시 권익위는 부패방지법 적용대상에 사립학교 및 학교 법인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정부입법을 추진했지만 부패방지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규개위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의결했다. 당시 15명의 민간위원 중 8명이 사립학교 교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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