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중 발언 실명 공개 안 하고, 의사결정 책임은 안 져

2014.03.04 21:25

로비 창구 된 규개위… 위원 1인 입김도 과도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권한은 막강하지만 책임은 없는 조직이다. 규개위 뜻에 따라 각 부처가 마련한 규제들이 싹둑싹둑 잘려나가도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는 일절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규제 완화에 따라 발생하는 책임은 소관 부처”라며 “규개위 심사에서 내용들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부처가 예상되는 문제점을 계속 제기하면서 민간위원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규개위원들이 ‘면책’을 받는 이유는 정보공개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심사에서 나온 주요 발언은 공개되지만 그 발언을 누가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규개위는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바도 없고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음에도 입법과정에 빈번히 개입해 정부 내 컨트롤타워 내지 재계의 로비창구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규개위에서 논의된 내용과 원안의 변경 사항을 국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규개위원 1인의 입김이 센 것도 문제다. 규개위 심사 분야가 워낙 넓다보니 자기 분야를 벗어나면 전문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다. 식품·의약 전문 위원이 금융 분야 안건을 제대로 심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규개위 관계자는 “민간위원들이 경제분과와 행정사회분과로 나뉘어 있지만 같은 분과 위원이라 하더라도 전문성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의결은 다수결로 정하지만 대부분이 만장일치로 나온다”고 말했다. 전 규개위 출신 대학교수는 “규개위에는 기업인들도 있는데, 학자들이 기업인만큼 관련 안건이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겠느냐”며 “내용이 뭔지 몰라 제대로 토론을 안 하고 일단 통과부터 시킨 경우도 잦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는 1993년 행정쇄신위원회가 6000여건의 규제를 개선한 것이 시작이다. 1997년 규제개혁추진위원회가 100여건의 규제개혁과제를 선정, 추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구비서류 축소 등 국민불편 사항 해소에 주력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대통령 직속으로 규개위가 설치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법과 제도 전반에 규개위가 관여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졌다. 규제 완화에 따른 폐혜가 잇따른 것도 이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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