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재보완

연봉 5500만원 이하 4명 중 1명, 최대 30만원 ‘더 부담’

2015.04.07 21:40 입력 2015.04.07 21:54 수정

2014년 연말정산 분석 결과

▲ 25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
소득계층서 142만명 세금 증가
개인 공제 ‘근로소득공제’ 축소 탓

▲ 연봉 3억원 이상 슈퍼리치는
세금 증가율 4.8%에 그쳐 ‘혜택’

2014년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 1619만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가 ‘평균의 함정(개별 사안은 보지 못하고 평균만 보는 착시현상)’에 얼마나 깊이 빠져 있었는지가 드러난다. 정부는 2년 전인 2013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연말정산안을 발표하면서 “연봉 5500만원 이하는 (평균적으로) 세금이 늘지 않고, 연봉 55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는 (평균적으로) 2만~3만원만 늘어난다”고 밝혔다. ‘증세는 없다’는 청와대의 방침에 따르느라 소득세율을 손대지 못한 기획재정부로서는 “저소득층에게도 개별적으로는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말을 차마 꺼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난 1월 2014년 소득분에 대한 연말정산이 시작되자 연봉 5500만원 이하에서도 “과도하게 세금이 올랐다”는 불만이 폭주했다. 정부는 “일부 언론이 과장한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실제 신고된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가 분석해보니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연봉 5500만원 이하 납세자 1361만명 중 205만명의 세금이 올랐다. 이는 전체의 15.1%다. 만약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면세자 510만명을 빼고 보면 실제 납세자 중 세금이 오른 사람은 25%가량 된다. 바꿔 말하면 5500만원 이하 소득자 중 세금 내는 사람 4명 중 1명은 연말정산 개편으로 세금이 올랐다는 의미다.

[연말정산 재보완]연봉 5500만원 이하 4명 중 1명, 최대 30만원 ‘더 부담’

세금 인상폭도 컸다. 세금이 오른 205만명 중 10만원 이상 세금이 오른 사람은 75만1000명(37%)에 달했고, 30만원 이상 세금이 오른 사람도 1만9000명(1%)이었다. “아주 일부에서만 소폭 세금이 오를 수 있다”던 정부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소득계층으로 봐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연봉 25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 소득계층에서 세금이 증가한 사람이 142만명으로 세금 인상자(205만명)의 70%를 차지했다. 월소득 200만원에 불과한 연봉 2500만원 이하자 중에서도 11만명의 세금이 올랐다.

저소득층에서도 세금이 오른 이유는 개인에게 주는 공제인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한 탓이 크다. 이 때문에 본인공제 외 마땅한 공제가 없던 1인 가구는 사실상 세금이 증가하는 ‘싱글세’ 효과가 발생했다.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세금이 증가한 205만명 중 73.1%인 150만명은 1인 가구였다. 독신자거나 맞벌이 중에서 자녀나 부녀자 공제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다자녀·출산 공제를 줄인 것도 저소득층 세금 증가의 원인이 됐다. 3자녀 이상이거나 출산이 있었던 사람 중 13만명(6.3%)은 세금이 늘어났다. 또 연금저축을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연금저축으로 절세를 했던 근로자들도 세금을 더 내게 됐다.

세율 인상 없는 연말정산 개편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소득계층은 연봉 3억원 이상의 슈퍼리치다. 연봉 1억원 내외에서 세금 증가율이 가장 높았지만 소득이 이 구간을 넘어서면 오히려 세금 증가율이 떨어졌다. 예컨대 연봉 75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 소득자는 세금이 9.0% 늘어나지만 3억원 이상 소득자는 증가율이 4.8%에 그친다. 대기업 부장의 세금 증가율이 임원이나 총수보다 더 높았다는 얘기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소득 상위 1%에게서 세금을 걷어 서민과 중산층에게 분배하겠다는 것과는 상반된 조치다. 이번 연말정산 파문이 슈퍼리치는 빠진 채 ‘서민과 중산층 간의 대결’로 변질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은 “증세가 필요하면 공개적으로 적극 납세자에게 설명하고 세율을 올리는 정책을 취해야 모든 소득계층에서 역진성이 해소되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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