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재보완

정부, 연말정산 ‘추가 납부 책임’ 근로자에 떠넘겨

2015.04.07 21:41 입력 2015.04.07 21:54 수정

정부, 맞춤형 원천징수제 도입한다는데…

정부는 원천징수제도를 근로자의 특성과 선호도를 반영한 ‘맞춤형’으로 개선하겠다고 7일 밝혔다. 근로자 본인이 직접 원천징수액을 선택하도록 해 연말정산 환급 혹은 추가 납부액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원천징수란 기업들이 급여를 지급할 때 근로자가 내야 할 세금을 국가를 대신해 미리 떼는 것을 말한다. 이때 기업들은 간이세액표를 참고해 세금을 징수하는데, 간이세액표는 근로자의 월급여액과 가족 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현행 원천징수제도는 2012년 9월 바뀌었다. 당시 대선을 앞두고 경제성장률이 급락하자 이명박 정부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간이세액표에 손을 댔다. 원천징수액을 줄이면 사실상 봉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겨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당시에도 ‘조삼모사’라며 반대의견이 많았지만 기획재정부는 밀어붙였다. 하지만 2014년 연말정산이 세액공제로 바뀐 데다 간이세액표 개편으로 납세자들이 체감하는 세금납부 부담이 커지자 연말정산 파동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됐다. 정부의 무리한 부양 욕심이 세정만 복잡하게 하는 꼴이 됐다.

정부가 내놓은 개선방안은 두 가지다. 우선 간이세액표에 가구별 특성을 추가로 반영해 원천징수세액이 근로자의 평균 세부담에 가깝도록 조정하기로 했다. 현재 평균 공제금액은 2인 이하와 3인 이상 가구로만 구분돼 있어 1인 가구의 공제금액이 과다하게 계산되는 문제가 있었다. 또 한 가지는 맞춤형 원천징수제도를 도입해 근로자가 간이세액의 80%, 100%, 120% 가운데 원천징수세액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이세액의 80%를 선택하면 원천징수가 실제 세금보다 적게 돼 연말정산 때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고, 반대로 120%를 선택하면 실제 세금보다 원천징수가 많이 돼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연말정산 때 많이 환급받고 싶다면 간이세액의 120%를 선택하면 되고, 대학생 자녀의 군입대 등으로 교육비가 감소한 경우라면 매달 원천징수를 많이 할 필요가 없는 만큼 80%를 선택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안은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반영한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6월 중 시행령을 개정,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원천징수를 많이 하든(120%), 적게 하든(80%) 개인이 내야 할 세금 총량에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굳이 ‘맞춤형’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 제도를 시행하려는 이유는 다시 원천징수를 ‘많이 내고 많이 받는 형식’으로 바꿀 경우 또 ‘조삼모사’라는 비난이 쏟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참에 선택권을 납세자에게 줘서 책임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 ‘13월의 보너스’에 대한 기대가 원체 높다 보니 나온 고육책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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