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50%’ 뛰는 한국 배터리 위 ‘순익 1000%’ 나는 중국 리튬

2023.02.02 14:58 입력 2023.02.02 15:10 수정

중국 톈치리튬이 대주주로 있는 호주 광물기업 탈리슨의 리튬 광산 전경. 탈리슨 제공

중국 톈치리튬이 대주주로 있는 호주 광물기업 탈리슨의 리튬 광산 전경. 탈리슨 제공

국내 배터리사들이 전기자동차 호황을 타고 지난해 영업이익을 1년 전에 비해 50~60%가량 끌어올린 동안, 핵심 원재료인 리튬을 공급한 중국 업체들 순이익은 최고 1000% 넘게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정제 리튬의 6할을 거머쥔 중국 원자재업체로 배터리 수익이 대거 넘어간 셈이다.

2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최대 리튬 공급사인 톈치리튬은 지난해 순이익 잠정치가 2021년보다 1011~1132% 늘어난 231억~256억 위안(약 4조2000억~4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톈치리튬과 함께 리튬 공급의 ‘양대산맥’인 간펑리튬도 지난해 순이익이 244~321% 늘어난 180억~220억 위안에 달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의 성장폭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57.9% 늘었다. 삼성SDI는 2021년 대비 69.4% 늘어난 1조808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도체·전자 등 국가 핵심 업종들이 지난 연말 줄줄이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낸 가운데서도 배터리 분야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공급 확대에 발맞춰 외형과 실적 면에서 돋보이는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전기차 ‘붐’과 맞물린 원자재 값 폭증 때문에 배터리 분야 매출의 많은 부분이 중국의 채굴·원료업체로 대폭 흘러들어간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1년 동안 리튬 가격이 너무 높아져 마진이 줄어들었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지난해 1~3분기 소재·부품을 구입하는 데 쓴 비용은 총 21조966억원에 달한다. 각 사 누적 매출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배터리 양·음극재를 만드는 포스코케미칼도 지난해 1~3분기 에너지 부문(배터리 소재 등)에서 1조3093억원을 원재료 구입비로 썼다. 같은 기간 해당 부문에서 발생한 매출 1조4979억원의 90%에 가까운 액수다.

원재료 가격은 지난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리튬 가격은 2020년 초 ㎏당 38위안에서 지난해 11월 580위안으로 오르는 등 3년간 무려 15배 이상 뛰었다. 니켈 등 다른 배터리 광물의 가격도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각국 광산업체들의 수익성도 크게 높아졌다. 호주의 니켈 채굴기업 IGO는 지난해 하반기 세후 순이익이 5억9100만 호주달러로, 상반기의 9100만 호주달러에 비해 무려 6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배터리 산업은 광물업체가 캐낸 리튬·니켈·코발트 등을 중간업체가 정·제련한 뒤 소재업체가 양·음극재 등으로 가공해 배터리셀 제조사에 최종적으로 공급하는 구조다. 톈치·간펑리튬 같은 중국 업체들은 이 과정의 ‘앞단’인 채굴·제련을 꽉 잡고 있다. 중남미를 비롯해 전 세계에 보유한 광산에서 리튬을 캐내 중국으로 들여온 뒤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하는데, 중국 기업들의 정제 리튬 점유율은 60% 수준에 육박한다.

국내 배터리·소재업체들이 해외 공급사들에 지불하는 돈은 고스란히 무역 적자로 이어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산화리튬·수산화리튬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3억227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대중 무역적자 1위 품목인 리튬이온 축전지(51억700만 달러), 전구체(2위·37억2800만 달러), 노트북 등 휴대용 자료처리기기(3위·33억400만 달러)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리튬 등 원료의 중국산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고 중국 업체들이 지난해 많은 영업이익을 올린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며 “남미·호주 등과 광물 공급계약을 맺는 등 소싱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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