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해외여행객 부담 증가···식품·유통업계도 비상

2024.04.17 15:56 입력 2024.04.17 16:51 수정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5원 내린 1390.0원으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5원 내린 1390.0원으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큰 마음 먹고 하와이 가려는데 환율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네요.”

고환율 추세가 이어지면서 해외여행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져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위협할 판이다. 면세점은 고객을 붙잡기 위해 환율 보상 혜택 제공에 나섰고 식품업계와 대형마트 등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각종 여행 커뮤니티에는 환율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환율이 올랐다는 건 숙박비, 식비, 입장료 등 여행 경비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다음달 신혼여행인데 이렇게 올라버리면 어쩌나. 지금이라도 달러를 미리 바꿔야 하나”라고 썼다. 누리꾼들은 “미리 환전 안 해뒀으면 여행 취소할 뻔 했다”, “인생 첫 미국여행 가보려고 했는데 환율 보고 접었다”고 토로했다.

여행업계에서는 달러를 현지 통화로 쓰는 미국, 하와이, 사이판, 괌 등으로 가려던 여행객들이 상대적으로 경비가 저렴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고환율 기조가 지속된 만큼 여행지를 바꾸는 움직임이 크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면세점도 고환율이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환율이 오르면 상품 매입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면세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면세점들은 고객들이 느끼는 환율 상승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롯데면세점은 다음달 1일까지 구매일 기준 1달러당 매장 환율이 1320원 이상이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LDF 페이’를 최대 10만원 추가로 증정한다. 신세계면세점은 18일부터 온라인몰에서 ‘고환율에는 고할인으로, 최대 60%’ 행사를 연다.

밀가루 원료인 원맥, 설탕 원료인 원당 등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내 식품업계도 걱정이 크다. 통상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재고를 수개월치 확보하고 있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해외사업 비중이 큰 기업은 해외 판매로 원재료 수입비 상승 영향을 줄일 수 있지만 내수 위주 기업은 사업계획 조정까지 검토해야 할 처지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마찬가지고 이번에도 중동 지역 전쟁 위기같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돌발 변수로 인해 환율이 예상보다 너무 올랐다”며 “고환율이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선 수입품의 판매가 인상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이마트는 최근 강달러 영향으로 미국과 캐나다산 냉장 돼지고기 가격이 평균 10%가량 상승하자 유럽산 냉동 돼지고기 등으로 대체 발주하거나 국산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유럽산 냉동 돼지고기를 수입할 땐 실시간 환율 모니터링을 통해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결제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롯데마트는 수입품 가격 방어 차원에서 일본과 유럽의 대형 유통업체 및 제조사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디지털·가전처럼 환율 영향이 큰 고가 제품보다 단가가 낮은 식품이나 생활용품 중심으로 해외직구 상품을 조달하고, 일본이나 중국 직구 품목을 확대하는 쪽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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