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규제완화가 카드사 정보유출 피해도 더 키웠다

2014.03.31 21:42
홍재원 기자

제휴사 신용정보 제공, 고객 사전 동의 요건 ‘면제’ 잇단 사고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최근 발생한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된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31일 “지난 정부에서도 규제완화 ‘열풍’이 분 적이 있다”며 “당시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금융당국도 개인정보를 금융계열사에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일부 카드사의 정보유출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2008년 11월 “금융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규제 전수조사 및 민간규제 개혁심사단 심의를 통해 추가 규제개혁 사항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 유관기관별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규제 목록을 작성하고, 민원분석과 조사를 통해 개선 규제를 발굴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과 유사한 과정을 거친 것이다. 당시 발굴된 규제완화 방안에는 ‘신용정보 제공에 대한 사전 동의요건 완화’가 포함됐다.

금융기관이 회사의 분할·합병을 포함해 고객 신용정보를 제휴 회사 등에 제공하려면 예외 없이 취득해야 했던 본인 사전동의를 면제해주는 내용이다. 계열사간 신용정보의 유통·이용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로, 이듬해 4월 계열사간 정보공유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2011년 국민은행에서 국민카드가 분사할 때 국민카드는 국민은행 고객정보를 대거 이전받을 수 있었다.

국민카드 측은 “분사 당시 금융위원장 승인을 얻어 국민은행 정보를 공유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국민카드 고객정보가 5300여만건 유출되는 과정에서 국민카드 고객이 아닌 은행 고객정보가 1100여만건 흘러나갔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않은 미성년자들의 정보도 이 과정에서 유출됐다. 당초 규제완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정보유출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해당 규제를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후속 조치로 “금융계열사끼리 고객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공유해오던 방식을 개선하겠다”며 고객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 당국자는 “특히 금융분야에선 자칫 대형 사고와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어 규제완화에 신중해야 한다”며 “금융지주회사법과 신용정보보호법 등으로 흩어져 있는 규제 내용을 일원화하는 등의 합리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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