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 직접 만났다”던 광우병 조사단, 알고보니 서면 문답

현지서 새로 밝혀낸 것 없고 확인 내용도 불명확

한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민관합동조사단의 일정은 아직 사흘이나 남았지만 사실상 파장 분위기가 역력하다.

조사단은 5일(현지시간) 오전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 인근의 목장을 둘러보고 새크라멘토로 이동했다. 조사단은 이곳에서 목장을 한 군데 더 둘러보고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분교의 광우병연구소를 방문하는 등 사흘간 일정을 더 소화한 뒤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해 귀국길에 오른다. 새크라멘토에서의 일정은 사실상 귀국 일자를 기다리기 위한 ‘시간 보내기’다.

조사단은 지난달 30일 미국에 도착한 이후 매일 광우병 관련 연구소와 현지 쇠고기 처리 시설 등을 둘러봤지만 미국 내 시설을 독자적으로 조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미국 측의 브리핑을 듣고 시설을 ‘시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조사단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형식적이고 겉핥기식 일정이 이어지다 보니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도 없다.

<b>“기자는 안돼”</b> 한국의 광우병 민관 현지조사단이 지난 4일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의 가축 사체·부산물 처리장 진입로가 트럭으로 막혀 있다. 처리장 측은 한국 취재진의 접근을 거부했다. 프레즈노 | 연합뉴스

“기자는 안돼” 한국의 광우병 민관 현지조사단이 지난 4일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의 가축 사체·부산물 처리장 진입로가 트럭으로 막혀 있다. 처리장 측은 한국 취재진의 접근을 거부했다. 프레즈노 | 연합뉴스

조사단이 그나마 현지 활동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힌 내용도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조사단장인 주이석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질병방역부장은 지난 3일 프레즈노 인근의 렌더링(가축 사체·부산물 처리) 시설인 베이커 커모디티스를 방문한 뒤 “(미국이) 광우병에 걸린 젖소를 발견해낸 것은 예찰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이번 광우병 소 발견 직후부터 다른 설명을 해왔다. AP통신은 지난달 24일 “광우병 발견은 뜻밖의 운(stroke of luck)”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또 광우병 소가 실려왔던 베이커 커모디티스의 데니스 러키 부사장의 말을 인용해 “광우병 발생 젖소는 미국 국가 예찰프로그램에 의해 인부들이 무작위로 선발한(randomly selected)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렌더링 시설의 책임자가 예찰에 따른 검사에서 이 소가 검사 대상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음에도 조사단은 이 부분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채 우연히 발견된 것이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조사단은 또 사체에서 추출한 원료나 골분이 다른 포유류는 물론 가금류의 사료로도 활용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베이커 커모디티스 홈페이지에는 “렌더링 과정에서 생산되는 육골분은 가금류 및 돼지 사료의 단백질과 에너지 보충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애완동물 사료의 구성성분으로도 사용된다”고 적시해놓고 있다. 조사단은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는 또 광우병 발생 농장 조사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브리핑을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4일 브리핑에서 “현지조사단이 제3의 장소에서 농장주를 직접 면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단은 다음날 “제3의 장소에서 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말을 바꿨다. 실제로는 조사단이 농장주를 만난 적이 없으며 미국 측 수의사와 농무부 관계자들을 통해 농장주에게 질문지를 건네주고 그에 대한 답변을 서면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가 이처럼 부실하고 형식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 측이 미국의 광우병 통제 시스템에 대한 감시와 수출용 쇠고기 생산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사단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음을 알면서도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서둘러 조사단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조사단과 정부는 조사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려는 언론에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이며 피하기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조사단은 서울에서 이번 현장조사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가급적 이른 시간 안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국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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