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영구정지

원전, 건설·수출에만 올인…해체기술도 ‘100% 확보’ 못해

2017.06.18 17:39 입력 2017.06.18 23:00 수정

‘탈원전 시대’ 개막…폐로 이후 남겨진 문제

<b>“월성 1호기도 폐쇄하라”</b> 부산·경남 탈핵시민단체들이 18일 부산 서면에서 개최한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몸에 월성 1호기 폐쇄를 요구하는 펼침막을 두르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월성 1호기도 폐쇄하라” 부산·경남 탈핵시민단체들이 18일 부산 서면에서 개최한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몸에 월성 1호기 폐쇄를 요구하는 펼침막을 두르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고리원전 1호기가 18일 밤 12시(19일 0시) 영구정지되면서 한국도 이젠 ‘원전 해체’ 시대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상업용 원전을 한번도 해체해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현재로선 100% 국내 기술로 원전을 해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지난 40년간 원전 해체보다는 건설과 수출에만 몰두해온 탓이 크다. 해체 로드맵이 건설 전이 아닌 영구정지 후에 나온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영원한 숙제도 남아 있다. 바로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다.

18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 2030년까지 국내 원전 25기 중 11기의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로드맵에 따른다면, 월성 1호기 같은 노후 원전은 폐쇄되면 곧바로 해체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원전을 폐로하거나 해체계획서를 만든 경험이 없기 때문에 고리 1호기처럼 다른 원전들도 영구정지되고 나서야 해체 계획과 절차를 세우게 된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원전, 건설·수출에만 올인…해체기술도 ‘100% 확보’ 못해

특히 폐로 기술도 100% 확보된 상태가 아니어서 준비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정부는 국내 해체기술 수준을 선진국 대비 70%로 평가한다. 원전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뿐이다. 한국은 연구 목적의 원자로를 해체한 경험밖에 없다. 상업용 원전 해체에는 96개 핵심·상용 기술이 필요한데 한국은 이 중 3분의 1인 32개의 기술만 확보한 상태다. 다만 노력하면 향후 기술력을 축적해 원전 해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환경단체들도 전 세계 원전들이 노후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해체 산업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점을 강조하며 ‘조기 탈핵’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해체 계획이다. 예정대로 핵연료가 냉각되고 안전검사를 거친 뒤 2022년부터 해체작업이 시작돼도 완전 해체까지는 최소한 15년쯤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체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반발이나 안전성 논란 등 갈등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만들어진 로드맵이다. 해체 계획을 영구정지 전에 일찌감치 세웠다면 이 기간은 당겨질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만 보더라도 원전을 영구정지하기 5년 전에 폐로비용 예비견적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예비견적을 통해 해체 과정을 설계하고 향후 투입 비용의 적절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상세 해체 계획도 영구정지되기 2년 전에 공개한다. 이들 보고서는 지역주민과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는 과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한수원의 해체 계획도 의견 수렴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 절차를 두고 있지만, 그간 원전 건설 과정에서 보였던 일방적인 의사결정과 폐쇄성을 고려하면 갈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전 해체 이후 가장 큰 문제는 강한 방사능을 내뿜는 고준위 핵폐기물이 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고리 1호기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하는 수조가 있지만 2022년까지 보관한 후에는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이를 감당하기엔 고리원전 내 저장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수원은 2024년에는 고리원전 내 보관 시설이 포화 상태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영구처분장이 없어서 생긴 문제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8년까지 영구처분 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2053년 시설을 가동한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아직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권고하는 처분 방식은 지하 500m 아래 영구처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웨덴과 핀란드만이 심층처분장을 구해 준비 단계에 있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10만년에서 10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데 이를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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