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월세 살래요”···오피스텔, 전세 대신 월세가 ‘대세’된 이유

2024.04.18 17:24 입력 2024.04.18 17:43 수정

오피스텔 시장에서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 세입자들이 전세대출 이자 대비 20만~30만원 비싸게 월세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흔하다.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일각에선 오피스텔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정상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오피스텔 월세 정보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오피스텔 월세 정보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월세는 오르고, 전세대출 이자는 내리고…

한국부동산원이 18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전국 오피스텔 전월세 전환율은 올해 처음으로 6%대를 넘어섰다. 새 표본으로 교체된 지난 1월 6.01%을 기록한 뒤 2월 6.07%, 3월 6.11%로 두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했을 때의 연 환산 이율을 의미한다.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예컨대 전월세전환율이 5%라면 전세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돌렸을때 연간 500만원, 매달 42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도 지난해 6월(0.04%)부터 10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꾸준히 오르는 월세와 달리 전세대출금리는 하향세가 뚜렷하다. 은행연합회가 3월 공시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전세대출 평균금리는 3.83~4.18%였다. 1월 4.08~4.52%, 2월 3.94~4.23%에서 상·하단 모두 두달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6%에 육박했던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해 중반을 지나며 3~4%로 안정된 후 전월세전환율보다 줄곧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싸도 월세 살래요”···오피스텔, 전세 대신 월세가 ‘대세’된 이유

통상 전세대출금리보다 전월세전환율이 높으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매달 내야 하는 월세보다 전세대출 이자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경우 전월세전환율이 전세대출 금리와 근접해진 지난해 중순부터 전세 수요가 늘어나며 전셋값이 반등하는 추세다.

전세보다 비싼 월세, 그래도 잘 나가는 이유

하지만 이러한 시장 흐름이 오피스텔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고 있다. 월세 수요가 비교적 저렴한 전세로 옮겨가며 월세 가격이 떨어지는 대신, 세입자들이 비싼 월세를 감당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서울 금천구 독산동 A오피스텔은 이달 1억7500만원 전세 계약, 보증금 1000만원·월 75만원에 월세 계약이 각각 체결됐다. 만약 전월세전환율에 3월 시중은행 전세대출 평균금리의 평균값인 4.01%를 적용한다면, 월세는 55만원이 적정가다. 월세 세입자는 전세로 살았을때 내야 할 대출이자보다 약 20만원을 더 비싸게 주고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수요가 월세로 몰리는건 전세사기나 전세보증금 미반환을 우려해 고액 전세를 기피하는 ‘전세 포비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리서치전문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 1~2월 전국 오피스텔 임대차 거래량 4만2401건 중 월세 비중은 2만8652건으로 67.4%에 달했다. 이러한 월세 비중은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시장에서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집주인들이 높은 월세 수익률(3월 기준 5.3%)을 포기하면서까지 전세를 놓을 유인이 없어진 탓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 시대에는 오피스텔이 적은 자본금으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갭투자처로 각광받았으나, 지금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시장이 본연의 월세 중심 시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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