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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까치, 오작교 만들다 머리털 빠졌나

2019.07.25 20:55 입력 2019.07.25 20:57 수정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박사

새들 부위별 깃털 털갈이 습성

견우직녀전에 재치있게 담아내

[기고]까막까치, 오작교 만들다 머리털 빠졌나

올해는 8월7일이 음력으로 칠석날이다. 칠석날 머리털이 빠진 까치를 보면 오작교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야기꾼인 할머니는 칠석날 무릎에 손자를 눕혀 놓고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했다. “까치 머리털이 빠진 것은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날 수 있도록 오작교를 만드느라 밟혀서 그렇단다.”

밤하늘의 견우성과 직녀성을 보며 오작교 이야기를 듣고, 낮에 머리털이 빠진 까치를 보면 어린 손자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장마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 기뻐 눈물을 흘리기 때문이라고 한마디 덧붙이면 할머니 이야기를 믿지 않을 수 없다.

새들은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씩 깃털 털갈이를 한다. 모두 한꺼번에 털갈이를 하면 체온 손실이 많으니, 일부 깃털을 털갈이 하는데 영양 상태에 따라 달리 이뤄진다. 털갈이의 생태적 사실을 바탕으로 조상들은 별과 장마까지 포함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까치 깃털 중 재미있는 것은 깃털의 무지갯빛 구조색(structure color)이다. 무지갯빛 깃털은 깃털의 나노구조에서 태양 빛이 산란해 나타나는 색깔로 관찰자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보통 새의 깃털에는 색소에 의한 깃털색과 구조에 기반한 구조색이 표현된다.

색소 깃털색은 카로티노이드라는 성분으로 노란색, 오렌지색, 빨간색을 나타내는 깃털이며 서식지에 따라, 새가 어떤 먹이를 먹는가에 따라 밝은 노란색 등으로 표현된다. 태생적으로 결정되기보다는 먹이 성분에 의해서 색이 나타나며, 암컷과 수컷별로 차이가 있거나, 같은 수컷에서도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카로티노이드 계열과 다르게 멜라닌 계열은 갈색과 검은색을 발현하는데 직사광선과 기생충으로부터의 보호, 중금속 흡수, 위장 등 여러 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멜라닌은 체내에서 합성되며 멜라노사이트에서 합성돼 입자형태로 저장된다. 이 멜라닌 색소의 발현은 구조색에 의해 구현된다. 무지개 빛깔은 깃털의 층층구조 또는 다각형의 나노구조에서 빛이 산란하며 나타난다.

색소에 기반한 깃털과 다르게 이 구조색은 새 깃털의 깃털 수염(barbs)이나 깃털 끝에서 주로 나타난다.

카로티노이드 색소에 의한 색깔은 플라밍고 새의 깃털이 대표적이고, 까치 깃털은 무지개 빛깔을 잘 구현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까치는 흰색과 검은색 깃털을 가지고 있지만 꼬리 및 날개 깃털 중 수염깃털 부근에서 무지갯빛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까치는 까치가 속한 까마귓과의 새들 중 가장 다양한 무지개빛깔 구조색을 나타낸다. 왜 이러한 구조색을 가졌는지를 연구한 결과 세력권을 형성한 수컷은 그렇지 않은 수컷과 꽁지깃에서 무지개빛 구조색의 큰 차이를 보였으며, 새끼까치와 어른까치 간의 무지개빛 색깔 차이는 꼬리, 날개 등에서도 확연하게 달랐다.

세력권을 형성하여 번식하는 과정에서 생긴 진화의 산물인 셈이다. 또한, 까치의 구조색은 인공적으로도 재현되고 있는데 수염깃털의 나노 구조를 수평과 수직으로 직교하는 방식이다. 깃털의 나노구조를 활용한 재현기술은 다양한 디자인에 적용돼 우리 주변을 보다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기고]까막까치, 오작교 만들다 머리털 빠졌나

직녀는 씨줄과 날줄로 직교하여 베를 짰고, 까치 깃털은 나노 구조의 직교 기술을 품고 있다. 견우가 양질의 먹이로 소를 키우듯, 까치 또한 양질의 먹이로 깃털갈이를 쉽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까치의 깃털에는 직녀의 나노 베짜기 기술도 숨어 있는 셈이다. 까치는 원래 한반도에만 있었던 새로 임진왜란 때 일부 개체가 일본으로 넘어가 큐슈지역에 남아 있다.

칠석날 오작교 이야기의 주인공 까치를 보고, 깃털을 관찰하면서 무지갯빛 자연색과 구조색의 흥미로움에 빠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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