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이 국가책임 인정한 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또 사망···사망자 1860명으로 늘어나

2024.07.01 15:22 입력 2024.07.01 16:52 수정

2013년 8월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에 참석한 고 임성호씨의 생전 모습. 옥시싹싹과 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쓰러진 임씨는 폐와 심장을 이식받았지만 투병끝에 지난달 27일 사망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2013년 8월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에 참석한 고 임성호씨의 생전 모습. 옥시싹싹과 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다 쓰러진 임씨는 폐와 심장을 이식받았지만 투병끝에 지난달 27일 사망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한 사망자가 1860명으로 늘어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환경단체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 등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옥시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부터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겪어온 임성호씨가 지난달 27일 향년 58세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31일 기준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총 7948명으로, 임씨의 사망 전까지 피해자 중 사망자는 1859명이었다.

임씨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싹싹 가습기살균제와 롯데마트의 PB상품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그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던 때는 자녀 중 첫째가 3살이고, 둘째와 셋째가 태어난 시기다. 임씨의 자녀 셋은 모두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겪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1년 초 복수의 산모들이 당시 원인 미상이었던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며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실려와 사망하던 상황에서 임씨는 성인 남성으로서는 드물게 유사한 증세를 호소하던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2013년 8월31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가습기살균제 사망유족 통곡한다’,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가족 살려내라’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2013년 8월31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추모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가습기살균제 사망유족 통곡한다’,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가족 살려내라’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2011년 4월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한 호흡곤란탓에 목숨이 위태롭던 임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와 심장을 모두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은 뒤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임씨처럼 이식에 적합한 폐와 심장을 확보해, 한꺼번에 이식 받은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피해를 겪기 전 임씨는 상체가 발달한 건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피해를 겪으면서 그의 몸은 매우 왜소해졌고, 늘 부인의 간호를 받아야만 했다.

2020년쯤 임씨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는데 병원 측은 폐이식 이후 복용해온 약물 부작용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올해초 상태가 악화된 임씨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고 6개월간 투병했지만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자녀 중 2006년생인 첫째는 폐손상 가능성이 크다는 판정을 받았고, 둘째와 셋째는 천식 피해자로서 피해구제법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부인을 잃은 유족 최주완씨(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박동석 옥시 사장에게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부인을 잃은 유족 최주완씨(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박동석 옥시 사장에게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수연 피해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멀쩡한 사람도 죽어나가는 독성제품으로 가장 연약한 태아가 다섯번이나 유산되는 일을 겪었는데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겪은 건강 피해가 제대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사용 기간 동안 5차례에 걸쳐 유산 피해를 겪은 민씨는 태아 사망 피해를 인정하라는 요구를 위해 한화진 환경부장관의 책임을 묻는 일인 시위를 기획 중이다.

이마트 PB제품으로 부인을 잃은 김태종씨는 “가장 많은 제품을 팔고,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가 조정안을 거부하고 있다”며 “파렴치한 영국의 살인기업 옥시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부터 2개월 넘게 매주 월요일 국회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씨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옥시 사장 거라브 제인을 소환해 감옥에 넣어야 한다”며 “국민 여러분이 계속 옥시불매운동에 참여해 주시고 피해자 활동을 지지해 주시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2010년부터 2012년사이 옥시 사장,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마켓팅 디렉터를 역임한 거라브 제인은 한국 검찰의 수사에 응하지 않은 채 도피 중이다.

임씨가 사망한 날 대법원은 원고측 피해자와 피고측 국가가 각각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원고 5명 중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2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공론화된 뒤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이 확정판결은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라는 살균성분이 포함된 ‘세퓨’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아이가 사망하고, 상해를 입은 두 가족이 가해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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