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미만 자녀 있으면 일 25% 줄여줘…부모권·노동권 보장

2018.04.06 06:00 입력 2018.04.06 06:01 수정

일·가정 양립 돕는 정책들

<b>이런 아빠를 보고 싶다</b> 한 스웨덴 남성이 등에 아이를 업고 집 안 청소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스웨덴은 부모에게 480일의 육아휴직을 준다. 한 스웨덴 남성이 아이의 손에 매니큐어를 칠해주며 아이를 돌보고 있다. 스웨덴은 만 8세 미만 자녀들이 있는 경우 근무시간을 단축해준다. 두 사진 모두 사진작가 요한 배브만이 촬영한 작품이다. ⓒJohan Bavman

이런 아빠를 보고 싶다 한 스웨덴 남성이 등에 아이를 업고 집 안 청소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스웨덴은 부모에게 480일의 육아휴직을 준다. 한 스웨덴 남성이 아이의 손에 매니큐어를 칠해주며 아이를 돌보고 있다. 스웨덴은 만 8세 미만 자녀들이 있는 경우 근무시간을 단축해준다. 두 사진 모두 사진작가 요한 배브만이 촬영한 작품이다. ⓒJohan Bavman

▶아빠도 육아휴직 ‘90일 강제’…자영업자·프리랜서도 ‘유급’

스웨덴은 출산율을 언제까지 어떻게 높이겠다는 명시적 목표 없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나라다. 저출산의 해법을 출산 자체가 아닌, 부모 모두에게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두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장기적으로 고민했다.

남녀 모두 직장일과 가정일, 아이 양육을 함께 담당하며 어느 한쪽에 쏠림 없이 ‘부모권’과 ‘노동권’을 함께 누리자는 것이 기본 철학이었다. 출산이 여성 문제가 아니라 남녀 모두의 문제가 되니 사회 전체의 문화가 바뀌었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저출산 문제도, 일과 생활의 균형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스웨덴은 어떤 정책을 통해 직장 업무와 가정생활이 서로 삐꺽대지 않고 잘 돌아가게 했을까.

자녀를 출산하거나 입양할 경우 부모에게 480일(16개월)의 육아휴직을 준다. 이 중 90일은 부모 각각에게 할당돼 사용하지 않으면 다른 배우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 사실상 아버지의 육아참여를 강제하는 셈이다. 480일 중 390일은 직전 소득의 77.6%를 육아휴직 급여(상한액 연 44만7780크로나, 약 5800만원)로 받는다. 단체협약으로 소득의 90%까지를 보전해 주는 회사도 많다. 나머지 90일은 하루에 180크로나(2만3614원)를 정액으로 받는다. 출산 전 240일간 하루 250크로나(약 3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었다는 것을 증빙하면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도 세무당국에 신고한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급여 대상자가 된다. 실업자도 하루 소액을 받는 정액 육아휴직 대상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부모가 육아휴직을 쓴다.

아이 아플 땐 의사 소견 없어도 연 120일까지 유급 돌봄휴가

지자체에서 어린이집 운영 담당…16세까지 아동수당 지원

육아휴직은 일 단위로 이용이 가능한데, 2015년 기준 남성의 96%가 직전 소득 기준의 유급 육아휴직을 하루 이상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은 자녀가 8세가 될 때까지 쓸 수 있다. 자녀가 여러 명일 경우 동생을 위한 육아휴직을 사용해 좀 더 큰 자녀까지 함께 돌볼 수 있다.

■ 돌봄 부모에게 노동시간 줄여줘

8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는 육아휴직법에 따라 유·무급에 관계없이 25%까지 일을 줄일 수 있다. 법으로 보장된 480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자녀가 8세가 될 때까지 나눠 쓰면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경우가 보다 일반적이다.

육아휴직은 시간 단위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 풀타임, 하프타임, 쿼터타임, 8분의 1타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과 근무를 일부 섞어서 부부가 함께 사용하면 더 오랜 기간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여 일할 수 있다. 사회보험청 홈페이지를 통해 휴직 일수가 얼마나 남았는지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다.

[라테파파의 나라에서 띄우는 편지](3)8세 미만 자녀 있으면 일 25% 줄여줘…부모권·노동권 보장

또 12세 미만의 자녀가 아플 경우 부모는 의사 소견서 없이 유급 돌봄휴가를 받을 수 있다. 한 자녀당 1년에 120일을 사용할 수 있고, 임금의 80%를 받는다. 12~15세 자녀에 대해서는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 100% 수요 충족시키는 공보육

스웨덴은 일찌감치 질 높은 공보육 확대에 주력해 왔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코뮌이 어린이집 운영을 담당하며 100%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육아휴직이 끝나는 만 1세 반 정도에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한다. 3~6세 아동의 96%(2015년 기준)가 공공보육시설에 다니고 있는데, 이는 EU 평균 82%보다 높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오전 6~7시에 시작해 오후 5~6시까지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모가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라면 맡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부모의 소득에 따라 보육료가 다른데, 상한이 있어 월 1287크로나(16만8000원)를 넘지 못한다. 6~12세에겐 초등학교의 여가활동센터(프리티스)가 제공된다. 프리티스 이용료도 비슷한 수준이다.

■ 돈 들지 않는 육아와 교육

16세까지 아동 1명당 1050크로나(13만8023원)의 아동수당을 받는다.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아동수당으로 충당하면 되기 때문에 보육료 부담이 거의 없는 셈이다. 아동수당은 자녀가 많을수록 점점 더 많아져 자녀가 6명일 경우 추가로 4114크로나(54만785원)를 더 받는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해당되는 6세부터 19세까지는 무상교육이다. 급식도 포함된다. EU 국가 시민까지는 대학교육도 무료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20세까지는 치과치료를 포함해 모든 의료비가 무료다.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면 부모까지 돈을 내지 않는다.

▶“남자들도 자녀와 친해질 시간, 좋은 아빠가 될 기회 있어야”

라테파파들 모습 담은 ‘스웨덴의 아빠’ 사진작가 배브만

‘스웨덴의 아빠’ 사진전을 개최한 요한 배브만은 “슈퍼대디가 아니라 피곤한 육아의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고 했다.

‘스웨덴의 아빠’ 사진전을 개최한 요한 배브만은 “슈퍼대디가 아니라 피곤한 육아의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고 했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매뉴얼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남자들에게도 자녀와 친해질 시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스웨덴 남부 말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요한 배브만(36)은 ‘스웨덴의 아빠’ 사진전을 열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제까지 27개국에서 사진전이 열렸고, 현재 계획이 잡힌 것만 20개국 이상이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각 도시를 도는 순회전이 열리면서 아빠의 육아 참여 논의를 촉발했다.

사진전은 우연히 기획됐다. 2012년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 육아휴직에 대해 알아보다 훌륭한 제도로 유명한 스웨덴에서조차 아빠와 엄마가 육아휴직을 균등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6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한 아빠 45명의 자녀 돌보기 일상을 렌즈에 담아 ‘아빠 육아’의 의미를 알리기로 했다.

학생, 엔지니어, 공무원, 제품개발자, 의사, 교사, 심리학자…. 사진 속 20~40대 아빠들의 모습에선 육아의 피곤함이 묻어난다.

요한은 “완벽한 ‘슈퍼대디’의 모습이 아니라 힘들고 피곤한 육아의 일상,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하며 일종의 아빠 롤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또 한 가지는 여성이 처음부터 남성보다 좋은 부모가 될 자질이 뛰어나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는 “ ‘여성들이 육아에 더 낫다고 말하는 문화’가 남성들의 가정생활 참여를 더 어렵게 하고, 육아에도 2인자로 뒷짐지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진전의 성과로 “직접 눈으로 보는 사진은 이해하기가 쉬운 만큼 사진전이 좀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한 퍼즐의 한 조각은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성평등이 출산 문제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요한은 즉각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전체 인생을 위해서 아내만큼 아이들 곁에 있고 싶었고, 아내는 내가 일을 원하는 만큼 자신의 일을 하고 싶어 했다”며 “부담을 나누는 것은 아이 낳는 결정을 쉽게 만든다”고 단언했다. 다만 개별 가정의 육아분담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시스템이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개인적으로 여섯 살과 두 살인 두 아들을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것은 “시간”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한은 “아이들 옆에 있으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고 뭘 원하는지 등 아이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길 원한다. 해야 할 일이나 해결책만 제시하는 아빠는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요한은 가끔 ‘오픈데이케어’(정부가 돈을 지원하는 무료 놀이터와 실내장소)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데, 다른 부모들과 기저귀 브랜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아이들과의 대화법 등 궁금한 점들을 함께 얘기할 수 있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는 “전시회를 하며 다른 나라에서는 집에 있는 남성들이 갈 곳이 없고 외롭다는 것에 놀랐다”면서 “부모끼리, 자녀끼리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도 바뀔 수 있을까? 요한은 “문화가 바뀌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사회는 서서히 바뀐다”며 경험담을 들려줬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요한의 할머니 얘기다. 당시의 문화 때문에 교육도 받지 못하고 집에만 머물러 있다가 쉰 살 무렵이 되어 대학에 진학하고 이후 20여년 동안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고 했다. 요한은 두 아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남성들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고, 남녀의 역할 전환도 더욱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딱 한번 우셨던 아버지와는 달리 나는 아이들 앞에서 자주 운다”면서 “마초컬처(가부장적 문화)를 없애는 것이 전체 사회가 좋아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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