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건강기능식품’ 그 불편한 진실

2013.06.19 16:15
헬스경향 김치중·류지연 기자

긴급진단 피해 속출 ‘건기식’ 무엇이 문제인가?

예부터 동양에서는
‘수(壽)’를 오복(五福)의 제일로 삼았다.
오복이란 ‘서경’에 나오는 다섯 가지 복을 말하며
수(壽 ; 오래 사는 것),
부(富 ; 부유해지는 것),
강녕(康寧 ; 건강하게 사는 것),
유호덕(攸好德 ; 덕을 좋아하고 쌓는 것),
고종명(考終命 ; 죽음을 깨끗이 맞자는 것)을 이른다.
최근에는 웰빙시대를 맞아
수와 강녕이 합쳐져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대다수 현대인들의 바람이 됐다.
특히 건강유지에 필수적인
균형 잡힌 식생활이 현대인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으며
건강한 백세시대(百歲時代)를 맞아
각광받고 있는 것이 바로 ‘건강기능식품’이다.

‘짝퉁 건강기능식품’ 그 불편한 진실

▲작년 성인 2명중 1명꼴 구입 인기…불만사례 해마다 껑충
‘건기식=건강’ 무지한 소비자·얄팍한 상술 합작 피해 늘어
“무분별 섭취땐 부작용 우려…전문의 상담후 복용 바람직”

‘한번만 먹으면 효과가 너무 좋아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모 일간지 광고란을 도배한 남성 관련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의 광고문안이다. 남성의 힘을 강조한 이 제품은 전국적으로 7억여원 어치나 팔려나갔다. 효과만점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 제품에는 처방 없이 복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비아그라성분이 함유돼 있었다. 가짜 건기식제품인 것이다. 불법으로 발기부전치료제성분을 넣은 업자는 구속 수감됐다.

국내 성인 2명 중 1명이 구입하고 있으며 명절이면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효도선물 1순위로 꼽히는 건기식에 대한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식약처가 공동으로 조사한 소비자불만사례 최종보고서 분석결과 총 2만1253건의 응답 중 건강식품(38%)에 대한 상담이 가장 많이 접수됐다. 특히 건강식품 중에서도 식약처에서 특정기능성을 인증 받은 ‘건기식’ 상담이 2009년 1만1912건, 2010년 1만2999건, 2011년에는 1만361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식품에 대한 차이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아 실 피해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건강백세시대(健康百歲時代)를 맞아 각광받고 있는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별다른 확인절차와 전문의 상담 없이 구입과 복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건기식 구입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10명 중 6명(59.8%)이 ‘정확한 성능을 모르고 구입했다’고 답했다.

또 전문가들은 “식이요법,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행위를 건너뛰고 단지 제품 복용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려는 이들과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업자들이 있는 한 건기식과 관련된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행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기식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가공한 식품’으로 홍삼, 콜라겐, 글루코사민, 오메가3 등이 주원료다. 건기식은 식약처의 영양성분심의를 거쳐 인증마크를 부여받은 후 시중에 유통된다. 이와 달리 건강식품은 식약처의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과 기능성식품을 말한다. 소비자들이 건기식과 건강식품에 대한 차이를 구별하지 않고 무조건 몸에 좋다고 여겨 이들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문제인 셈이다.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묘하게 자극하는 광고도 문제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국내 굴지의 건강식품업체 TV 광고멘트 중 일부다. 이처럼 건강을 위해 반드시 사 먹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업계의 생리다.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 급증에 대해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공동대표는 “건기식은 식품인데 ‘건강기능’이란 단어를 사용해 소비자들이 의약품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보건당국에서 건기식은 의약품이 아니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는 “건기식은 치료를 대신할 수 없다”며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건기식을 복용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저하돼 있거나 특정질환을 앓는 환자가 무분별하게 건기식을 섭취할 경우 유해한 화학첨가물의 체내 농도가 높아져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마치 건기식인 양 시장을 흐리고 있는 건강식품도 문제다.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쇼핑몰과 신문 등에 게재된 건강식품 광고내용을 분석한 결과 기능성을 표방한 일반식품 531개 중 49개(9.2%) 제품이 허위·과대광고인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광고의 경우 25개 중 10개 제품(40%)이 허위·과대광고였다.

소비자원은 “현행법상 일반식품 표시·광고 시 건강증진, 체질개선, 식이요법 등 포괄적이면서 애매한 표현이 허용되고 있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전에 표시·광고심의를 받아야 하는 건기식과 달리 일반식품은 ‘식품위생법’상 특수용도식품 외에는 사전심의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당국의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부 제품들이 ‘건강식품’이란 문구를 버젓이 새겨 시장을 흐리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올해 시장규모만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건기식시장. 누가 이렇게 시장을 키웠을까. 건강을 위해 운동이나 식이조절 등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제품을 먹는 것만으로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사람들과 단순히 광고만을 믿고 건기식을 수집하며 예찬하는 이들, 과연 정상적인 건강관리가 이뤄질지 깊이 생각해볼 시점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