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피임교육’ 정부가 솔선수범을

2018.04.03 21:20
최두석 |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의술 인술]‘청소년 피임교육’ 정부가 솔선수범을

정부 차원의 콘돔 사용 장려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지난달 14일 5만3000명에 육박하는 지지를 얻으며 종료됐다.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피임 실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청원 내용을 통해 일부 피임방법에 대한 편향된 선입관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번 청원에서 콘돔은 부작용이 없고 한번의 사용으로 피임효과와 성병예방까지 가능한 피임법으로 설명된 반면, 경구피임약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용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함께 많은 부작용이 따르는 피임법으로 언급됐다.

피임은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는데,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 콘돔은 다른 피임법에 비해 다소 실패율은 높지만 필요할 때 즉시 사용이 가능하고 성병예방 효과가 있다는 측면에서 성관계 빈도가 낮은 경우에 적합한 피임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파트너가 있고 성관계의 빈도가 높다면 경구피임약과 같이 보다 피임 성공률이 높은 피임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경구피임약은 복용법을 잘 지키면 99%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는 매우 성공률이 높은 피임법이다. 피임효과 외에도 산부인과에서 생리통, 생리불순, 생리과다 치료에 활용할 만큼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에 대한 오해로 인해 국내에서는 사용률이 4% 이하에 머물러 있다.

청원에서 지적된 부정출혈이나 메스꺼움과 같은 증상들은 일반적으로 복용 초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보통 경미하고 복용을 지속함에 따라 수개월 이내에 사라진다. 이와 같은 높은 피임효과와 건강상의 이점 때문에 경구피임약은 유럽에서 20% 이상의 복용률을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피임법 중 하나이다.

이렇듯 피임법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은 피임 실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첫 성관계 연령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피임방법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기본적인 피임법이라고 할 수 있는 콘돔에 대한 정보조차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연령에 따라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피임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청소년기부터 피임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를 포함한 성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저조한 피임 실천은 원치 않는 임신과 불법 인공임신중절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한 합병증은 난임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원하는 시기에 건강한 계획임신을 하기 위해 가임기의 남녀라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각 피임법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피임법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국민적 관심 사안으로 떠오른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임신중절 보완책의 일환으로 청소년 피임교육을 체계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바른 피임법에 대한 교육은 여성건강 보호 차원에서도 사회적 의의가 크다.

정부 차원의 피임 실천 장려와 정확한 피임법 교육을 바탕으로 피임에 대한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피임 실천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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