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 감찰, 다른 검사들의 ‘수사 독립성’에도 악영향

2013.10.22 22:26
장은교 기자

정상적 수사지휘 불가능 속 조사 대상·범위에 시선집중

수사팀은 사실상 ‘업무정지’

윤석열 여주지청장(전 국가정보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 검찰 수사팀장)이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 등을 폭로한 다음날 검찰 수뇌부가 내린 결정은 ‘감찰’이었다. 검찰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빠른 감찰을 통해 수습을 하겠다는 것이 검찰 수뇌부의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감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정원 사건 공판과 추가 수사는 물론 다른 검사들의 수사 독립성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감찰의 핵심 쟁점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부당하게 수사를 막았는지, 윤 지청장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사를 강행했는지다. 검찰청법 7조 2항에는 ‘상사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정당성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조 지검장을 비롯해 윤 지청장의 행위가 ‘항명’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윤 지청장이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체포를 강행할 것이 아니라 이의제기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윤 지청장은 “상사와 이견이 있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히 위법한 지시였다”며 수사팀장의 전결로 수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이번 감찰의 결과가 윤 지청장 등 수사팀의 ‘항명’으로 결론난다면 전국의 많은 검사들에게 그들이 진행하는 모든 수사에서 상사의 뜻에 어긋나서는 안된다는 경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로지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수사를 해야 할 독립적 헌법기관인 검사가 상사의 명령에 구속돼 수사의 독립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감찰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 국정원 사건 수사팀은 공소 유지와 추가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건의 총책임자라 할 수 있는 서울중앙지검장, 수사팀 전 팀장인 윤 지청장, 현 팀장인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이 모두 감찰 대상이기 때문이다. 수사팀은 재판에서 가장 치열하게 유·무죄를 다퉈야 하는 시점에서 ‘선장’을 잃고, ‘부선장’까지 감찰 폭풍에 휩쓸리게 된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 6만여개에 달하는 정치·선거 개입 글을 게시하거나 퍼나른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추가 수사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지청장은 전날 국감에서 “앞으로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범죄 혐의가 더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대검 측은 “공소 유지 등을 고려해 기술적인 감찰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으나, 감찰 상황에 따라 수사팀 관계자 전원이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사 과정의 보고 누락 외에 국정원 사건 초기부터 불거진 수사 외압과 기밀 누출 의혹도 감찰 범위에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검 측은 “현재로서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검찰청에 근무 중인 한 부장검사는 “이번 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려면 수사팀이 주장한 외압 문제까지 파헤쳐야 하겠지만, 현재 검찰 수뇌부가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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