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황교안 리더십

2013.10.22 22:25

원세훈 처리·채동욱 놓고 검찰 상하 간 신뢰 붕괴 노출

윤석열 ‘외압 폭로’까지 나와 국정원 수사 혼란 ‘책임론’

윤석열 여주지청장(53)의 ‘소신 발언’으로 국가정보원 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 실체’ ‘검찰 상하 간 신뢰 붕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서울중앙지검장과 휘하 전직 수사팀장이 공방을 벌인 것이지만, 근본 원인을 찾아가다 보면 국정원 수사에 간섭한 황 장관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사태’는 국정원 대선 및 정치 개입 사건 수사팀을 이끌던 윤 지청장이 검찰 지휘부의 결재를 거치지 않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을 벌인 데서 비롯됐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 지청장은 지난 2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체포·압수수색의 보고누락 여부 및 위법성 등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위법성 여부와는 별개로, 윤 지청장은 조 지검장 등의 결재 없이 체포·압수수색을 벌였다. 문제는 윤 지청장이 그렇게 행동한 동기와 배경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b>검찰청사의 ‘검사 선서문’</b>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로비에 걸린 검사 선서가 적힌 액자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검찰청사의 ‘검사 선서문’ 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로비에 걸린 검사 선서가 적힌 액자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윤 지청장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 퇴임 후 대검에 보고를 올리면 대부분 법무부로 자동으로 넘어가 장관 재가를 받아 처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법무부에서 이걸(국정원 직원 체포·압수수색 영장 청구) 알면 지난 공직선거법 적용 때와 마찬가지로 허가를 신속히 안 할 게 너무 자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5~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을 두고 법무부를 설득하는 데 2주 이상 걸렸다” “국정원 사건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 황 장관과 무관하지 않다”고도 했다.

윤 지청장의 말은 황 장관의 외압 또는 ‘시간끌기’로 수사가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 전결로 체포와 압수수색을 결행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지청장의 행동을 놓고 “황 장관에 대한 항명”이라는 해석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황 장관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황 장관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식’ 의혹에 대한 감찰을 지시해 채 전 총장을 사퇴시켰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사건 수사를 원칙대로 지휘해 현 정권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검찰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도리어 다분히 정치적인 배경에서 검찰총장을 찍어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채 전 총장의 사퇴를 전후로 검찰에선 “정권에 찍히면 죽는다” “어느 검사가 청와대 눈치 보지 않고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검찰과 법무부, 검찰 내 공안과 특수 간 대립과 반목이 커졌다. 검찰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윤 지청장과 조 지검장의 공개 설전도 이런 조직 분위기의 연장선에서 보는 시각이 많다.

황 장관이 중심에 있는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황 장관의 리더십은 물론 검찰 조직 전체가 상처를 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국정원 사건 수사를 놓고 황 장관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게 벌써 두 번째”라며 “황 장관이 이런 식으로 계속 버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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