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 속 빠져드는 정국, 박 대통령은 “…”

2013.10.22 22:40

국무회의서도 ‘현안’ 언급 안해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또 침묵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검찰 수사 외압 논란으로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사과’ 한마디를 아끼다 불길을 키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회의 이후 22일 만에 직접 주재한 회의였다.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국정원 수사를 두고 폭탄 발언을 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입을 닫았다. 모두발언, 비공개회의에서도 정국 현안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딴 얘기를 했다. “정치권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법과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민생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고도 했다. 정치권이 정쟁에만 매몰돼 있다고 간접 비판한 것이다.

<b>청와대 앞길 ‘적신호’</b> 서울 세종대로의 빨간불이 켜져 있는 신호등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22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검찰 수사 외압 파문으로 확대되면서 정국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도 침묵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청와대 앞길 ‘적신호’ 서울 세종대로의 빨간불이 켜져 있는 신호등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22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검찰 수사 외압 파문으로 확대되면서 정국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도 침묵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정원 사건이 확대일로로 치닫는 데 대한 박 대통령 책임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간 사과 내지 유감 표명으로 논란을 털어낼 기회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24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공개 서한, 9월16일 국회 3자회담 등이 대표적이다. 그때마다 “대선 때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3자회담 때 거듭되는 문제 제기에 “그렇다면 제가 댓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인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김 대표가 이날 KBS 1TV에서 뒷얘기를 소개했다.

앞서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직후 국정원 사건이 불거졌을 때 박근혜 정부 책임을 묻지 않았다. 여당이 “대선 불복이냐”고 공격할 때도 ‘대선 불복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어왔다. 대신 국정 책임자로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한 사과, 국정원 개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무관함만 거듭 강조해왔다.

오히려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등 정치의 한복판에 들어와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데도 어떤 통제도 하지 않았다. 여당에서 채동욱 검찰총장 재임 시 국정원 댓글 수사를 비난하며 ‘검찰총장 찍어내기’를 현실화했지만 모르는 체했다. 국가기관의 비정상적 행위를 정상화하기보다 검찰 등 권력기관을 더 움켜쥐려는 모습으로만 비쳤다. ‘국정원 대선개입과 무관하다’는 박 대통령의 진짜 속뜻을 알 수 없는 지경에 빠져버렸다.

그사이 국정원 댓글 사건은 댓글뿐 아니라 트위터 대선개입,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작업 등 국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 사건으로 확대됐다.

국정원 사건이 더 이상 이명박 정부 일로 국한되는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직접 결단해야 한다는 여론 압박도 커지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 상황에 처하면서 정부 출범 8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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