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낙서장·전대협 노트 동일 필체’ 확인… 22년 만에 누명 벗나

2013.12.13 06:00

국과수 필적감정, ‘강기훈 유죄’ 주장하는 검찰에 불리

진실화해위 결론과 일치… “사후 조작” 주장 힘잃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내놓은 필적감정 결과로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씨(49)는 22년간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데 한발 다가서게 됐다. 감정 결과 강씨가 대필했다고 검찰이 주장했던 유서가 1991년 분신자살한 김기설씨의 필체라는 점이 사실상 입증됐기 때문이다.

■ 힘 잃게 된 “전대협 노트는 사후 조작됐다”는 검찰 주장

검찰은 지금까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노트와 유서가 동일 필체인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를 김기설씨가 썼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전대협 노트는 사후에 유서 글씨체에 맞게 조작됐다”고 주장해왔다.

전대협 노트는 강씨가 1991년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기소돼 이듬해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할 당시까지 ‘없던 자료’다. 전대협 노트는 2006~2007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면서 등장했다. 강씨의 주변 인물이 뒤늦게 진실화해위에 제출해 세상에 나온 것이다.

1991년 5월 자살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대필’ 사건으로 구속된 강기훈씨가 그해 10월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1년 5월 자살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대필’ 사건으로 구속된 강기훈씨가 그해 10월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진실화해위는 전대협 노트가 숨진 김기설씨의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김씨의 낙서장과 유서를 비롯해 강씨의 검찰 진술서, 자술서, 항소이유서, 화학노트, 메모장 등을 국과수와 7개 사설감정기관에 필적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와 감정기관은 ‘유서의 필적은 김기설씨의 것’이라는 결과를 통보했다. 진실화해위는 그 결과를 토대로 강씨가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법원은 2012년 10월19일 진실화해위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 사건에 대한 재심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전대협 노트와 유서의 글씨체가 동일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전대협 노트가 김기설씨의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완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조작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대법원의 이런 판단으로, 재심 재판 내내 검찰과 변호인은 전대협 노트의 진위를 두고 공방을 벌여왔다.

■ 유서, 낙서장, 전대협 노트 글씨체는 모두 동일 인물 것

국과수는 지난 11일 법원에 제출한 감정결과 보고서에 낙서장에서 추출한 필체와 전대협 노트에서 추출한 필체를 비교·분석한 결과 동일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는 이와 관련된 수치화된 결과도 함께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 필적감정 결과가 전대협 노트의 ‘정자체’와 낙서장의 ‘흘림체’가 동일한 사람이 쓴 필체로 나오면서, 검찰은 더 이상 강씨가 유서를 대필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서와 전대협 노트 속 글씨체는 이미 동일성이 인정됐고, 김기설씨의 개인 낙서장과 전대협 노트 속 글씨체의 동일성마저 인정된 이상 대법원이 지적했던 전대협 노트가 사후에 조작됐다는 의문은 해소된 셈이기 때문이다.

변호인은 이번 감정결과를 재판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강씨 측 변호인은 “국과수의 감정결과에서 주목할 부분이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찰이 국과수 감정결과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탄핵(반박)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16일 간단한 증인심문 등을 마치고 최후변론을 들은 뒤 심리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늦어도 2월 중 선고를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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