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검찰 처벌 어디까지… ‘증거 내용·형식 허위’ 국정원이 알았다는 점 입증해야 처벌

2014.03.12 06:00 입력 2014.03.12 06:06 수정
장은교 기자

보안법상 무고·날조, 형법상 위조사문서행사죄

국정원 직원들 유죄 판결 받으면 첫 사례로 기록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사건’에서 위조 증거를 제출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는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와 형법상 위조사문서행사죄다. 두 혐의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국정원이 해당 증거의 ‘내용’과 ‘형식’이 모두 허위나 위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이 “유씨가 간첩일 가능성이 높아 관련 증거를 최대한 찾은 것”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정원의 방어논리를 깨야 형사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많은 조작간첩사건이 있었고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시 사건의 수사 관계자들이 무고·날조죄 등으로 처벌받은 전례는 없다. 이번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첫 사례로 기록되게 된다.

<b>민주당, 국정원 항의 방문</b> 민주당 진선미·정청래·신경민·김현·진성준 의원(왼쪽부터)이 11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민주당, 국정원 항의 방문 민주당 진선미·정청래·신경민·김현·진성준 의원(왼쪽부터)이 11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과 관련해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보안법 제12조 무고·날조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해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자는 그 각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 조항을 적용하려면 국정원 협조자들이 가져온 문서의 ‘내용’이 허위라는 것을 알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형법 제234조 위조사문서행사죄는 ‘형식’상 위조된 문서라는 것을 국정원 직원들이 알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협력자들이 가져온 문서의 도장이 위조됐거나 발급 권한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받아냈고 이런 사실 또는 가능성을 국정원 직원이 인식했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국정원의 형사처벌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검찰의 한 공안부 간부는 “보안법상 무고·날조죄는 단순 위증이 아니라 ‘모해위증죄’(특정인을 형사처벌할 목적을 갖고 위증하는 것)와 같이 봐야 한다는 것이 학설”이라며 “국정원이 유씨가 간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국정원은 해당 증거 서류의 내용이나 형식 모두 위조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협조자들에게 책임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 8일 발표한 공식입장에서 “중국 내 협조자로부터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다”며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간첩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려 한 것이 아니라, 간첩이라고 믿고 그에 맞는 증거를 찾으려 노력했다는 식의 논리다.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협조자 김모씨도 유서에서 “유우성은 간첩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기소된다면 “나는 간첩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논리를 내세우려면 왜 유씨를 간첩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b>“남재준 물러나라”</b>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규탄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홍도은 기자

“남재준 물러나라”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규탄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홍도은 기자

형식 면에서도 국정원은 “협조자를 통했지만 정식문서를 가져오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은 위조문서라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기 위해 협조자 김씨 등이 과거 제공한 자료가 믿을 만한 것이었다는 사례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를 탄핵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이 왜 수사공조 등 공식적인 방법을 통하지 않고 비공식 협조자들을 통해 자료를 입수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반면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국정원이 유씨가 간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고, 위조문서의 내용과 형식이 허위라는 것을 알았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입증이 쉽지 않지만 검찰이 얼마나 증거를 수집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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