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왕실장’ 김기춘에 칼 빼든 검, ‘문체부 인사 개입’ 정조준

2016.11.30 22:25 입력 2016.11.30 22:29 수정

미르·K재단 설립 전에 고위공무원들 사표 종용 의혹

유진룡 전 장관 발언·고 김영한 수석 메모서 관여 정황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필수…특검에서 본격화될 듯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힌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전경.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힌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전경.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검찰이 특검 수사 시작을 앞두고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을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박근혜 정부 ‘진짜 실세’인 김 전 실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60)의 국정농단을 조력 또는 묵인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기 때문이다.

1992년 14대 대선 직전 부산 초원복집에서 각계 유력인사들이 모여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자고 모의한 ‘초원복집 사건’ 때도 오뚝이처럼 버틴 그가 이번에도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법무부·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김 전 실장이 청와대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앞서 민간 문화·스포츠 재단을 관장하는 고위공무원들의 사표를 종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그가 2014년 10월 당시 미국 애틀랜타 총영사였던 김희범씨(57)를 국내로 불러들여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 앉힌 뒤 1급 공무원 성분검사를 토대로 ‘문체부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앞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60)은 지난 10월2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청와대 말을 잘 듣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미리 정리하는 작업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이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공무원들이 사직하고) 몇 달 뒤지만 미리 (공무원 정리) 움직임이 있었던 거 아니냐”고 말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부처의 인사에 관여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수첩에도 김 전 실장의 인사 개입이 의심되는 메모가 남아 있다. 수첩에는 김 전 실장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 문체부 공무원들을 정리하거나 ‘정윤회(최씨의 전남편) 문건 유출 사건’의 종결을 지시한 정황이 담겨 있다. 또 김 전 실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들에게 “알려고 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밖에 김 전 실장과 ‘최순실 게이트’ 피의자들과의 관련성은 당사자들의 증언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47)는 2014년 6~7월 무렵 최순실씨 주선으로 김 전 실장과 직접 만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실장은 “차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였을 뿐 최씨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최씨 일가에 이권을 몰아준 혐의로 구속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55)도 “김 전 실장 소개로 최씨를 알게 됐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김 전 실장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김 전 차관을 비난했다.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전 실장과 최씨가 연결돼 있다는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은 계속 드러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4월 최씨의 단골병원인 차움의원의 일본 내 계열사 도쿄셀클리닉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 그렇지만 김 전 실장은 “최씨의 국정개입을 까맣게 몰랐고, 그런 점에서 자괴감이 들 정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자택·사무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필수적이다. 이는 검찰의 ‘바통’을 이어받아 특검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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