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제·비례대표제 강화…헌재 결정문에 보충의견으로 담긴 ‘예비 개헌안’

2017.03.10 17:15 입력 2017.03.10 17:25 수정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헤대통령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헤대통령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가운데, 탄핵 결정문에 소개된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안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로 작용한 ‘국정농단’의 원인으로 현행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지적하고, ‘권력공유형 분권제’로의 개혁을 주장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비례대표제 강화를 언급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도 담고 있어 향후 개헌 논의의 방향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안 재판관은 그동안 우리 헌법이 채택한 대통령제를 ‘제왕적 대통령제’로 평가하며, 대통령에게 정치권력을 집중시키고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은 현행 헌법 아래에서도 정경유착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상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에 비춰 현행 헌법상 권력구조의 문제점을 열거했다.

안 재판관은 현행 헌법상 권력구조의 문제점으로 먼저 ‘비선조직의 국정개입’을 들었다. 그는 “비선조직, 이른바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은 대통령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와 연관된다”며 운을 뗐다. 그는 “1987년 제9차 헌법개정 때보다 국가경제의 규모가 10여 배 확장되고 사회적 갈등 구조가 다층적으로 심화되는 현실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실질적으로 확대됐다”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비선조직은 강력한 대통령 권력에 기대어 활동 공간을 넓힐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권력을 과도하게 집중시킨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조장해 권력행사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투명성 확보에 심각한 문제를 보였다”고 밝혔다.

안 재판관은 이어 현행 헌법 체제에서는 ‘대통령의 권력남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 심판에서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기밀문서가 최순실에게 상당기간 유출되도록 지시·묵인했고, 국가권력의 공공성을 방과해 사기업 경영 등에 개입했다”며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대통령 권력을 과도하게 집중시켜 대통령의 자의적 권력행사와 권한남용을 조장하는 등 문제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가 대통령의 지시에 복종하는 하향식 의사결정문화, 승자독식의 다수대표 선거제 등이 대통령의 자의적 권력행사를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헌법 체제의 문제로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도 꼬집었다. 안 재판관은 “이 사건 심판에서 피청구인은 비밀리에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재벌기업으로 하여금 피청구인이 주도하는 재단에 기금을 출연하게 했다”며 정경유착의 실상을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권력의 과도한 집중이 정경유착의 원인이 되어 시장경제질서의 골간인 개인·기업의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했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안창호 헌법재판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안 재판관은 ‘비선조직의 국정개입’ ‘대통령의 권한남용’ ‘재벌기업과의 정경유착’을 제왕적 대통령제의 정치적 폐습으로 지적하고, 권력구조 개혁 방안으로 ‘권력공유형 분권제’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또는 책임총리제의 실질화 등이 국민의 선택에 따라 현행 헌법의 대통령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안 재판관은 지방자치제도를 강화해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획기적인 지방분권은 주민의 자율적 참여와 풀뿌리 자치를 실천하는 것”이라며 “지방분권이 강화되면 중앙집권적 자원배분으로 인한 지역 불만을 완화해 사회통합과 평화통일, 통일 이후의 국민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국회의원 의석수를 배분하는 비례대표 선거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례대표제는 국민주권원리의 출발점인 투표결과의 비례성을 강화해 다원적인 정치적 이념을 유권자 의사에 따라 충실히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화로운 해결을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제 확대가 정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회의원 후보자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가운데 이 권한대행이 대통령 탄핵을 인용 결정을 선고한 뒤 퇴정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가운데 이 권한대행이 대통령 탄핵을 인용 결정을 선고한 뒤 퇴정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또한 안 재판관은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해 향후 분산된 권력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국민투표제 강화를 들었다. 주요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 등 사정기관장 임명에 국회동의를 받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체제에서 국회는 대통령이 임명한 이들 인사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만, 국회의 ‘부적격 의견’ 등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약하지 못한다. 안 재판관은 “비대한 청와대 참모조직을 축소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해 권력분립과 법의 형평성이라는 법치국가의 원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안 재판관은 국회 양원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지방자치의 활성화, 지역주의의 극복, 평화통일과 통일국가의 국가통합을 위해 지역대표형 상원을 설치하는 국회 양원제도 도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일이 현실화하는 단계에서 뒤늦게 국회 앙원제도 도입을 논의한다면 오히려 평화통일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통일을 준비하며 사전에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을 주장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