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소환

이권통치·국정농단…이명박근혜 ‘보수정권 10년’ 파산

2018.03.14 22:57 입력 2018.03.14 23:04 수정

검찰·특검 면죄부로 권좌 오른 MB, 박 전 대통령 집권 도와

권력형 비리 창궐·민주주의 훼손·국가시스템 붕괴 등 ‘퇴행’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임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임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환송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14일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지 약 1년 만이다.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해 보수정권 1·2기를 이끈 두 전직 대통령은 이렇게 1년의 시차를 두고 나란히 구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보수정권 10년’의 파산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뇌물수수 등 17개에 달한다. “범죄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불법, 비리, 부패의 종결자”(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라는 말이 나왔다.

시작부터 부정한 정권이었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다. BBK 주가조작 사건, 또 그와 직결된 다스 실소유주 문제는 2007년 대선의 가장 큰 쟁점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물론 그가 속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과 특검은 허술한 수사로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

그런 와중에 이 전 대통령은 대선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서 8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았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20억원대 축하금을 더 받았다. 재임 중에는 국정원에서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받아 쌈짓돈처럼 썼다. 삼성으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60억원을 대납받았다.

최근 드러난 여러 혐의 사실에 견주면 재임 중 불거진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은 가벼운 편에 속한다. 이 전 대통령 측근인 이상득·최시중·천신일·원세훈·박영준·신재민은 기업 등에서 불법자금을 받아 줄줄이 감옥에 갔다. 측근이던 정두언 전 의원은 “MB는 정권이 아니라 이권을 잡았다”고 했다.

민주화 이후 잊고 살던 사찰과 정치공작의 악몽이 부활한 것도 MB 정부 때다. ‘VIP에게 일심으로 충성하는 친위조직’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정권의 친위대처럼 움직이며 공무원은 물론 기업인, 언론인의 뒤를 캐고, 직장에서 내쫓고, 재산을 빼앗았다. 국가정보원은 댓글 공작으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고,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들에게 ‘종북’ 딱지를 붙였다.

이명박 정권 정치공작의 궁극적 수혜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MB 국정원’은 댓글 공작 등 관권선거로 박 전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그렇게 집권한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무원 기밀누설 등 혐의로 탄핵된 뒤 구속됐고, 법원의 1심 선고를 앞둔 상태다.

그리고 이날 이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했다. 2012년 대선을 계기로 ‘정적’에서 ‘운명공동체’로 돌아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집권한 순서의 역순으로 1년 시차를 두고 검찰청사에 불려나온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을 놓고 보수정권 10년의 정치적·도덕적 파산을 보여주는 대단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집권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고 이 전 대통령 집권은 거대한 거짓말에 힘입었다는 점에서다. 검찰의 수사 결과대로 다스 실소유주 의혹이 사실이라면 보수정권 10년은 태생부터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다. ‘지체된 정의’로 인해 한국 사회는 권력형 비리의 창궐, 민주주의 훼손, 국가시스템 붕괴라는 막대한 비용을 치렀다. 국가 전체가 거대한 퇴행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마이너스 10년’에 가깝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국당에선 이날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는 논평 하나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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