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기 2배' 치료감호소 수용된 발달장애인, 3년 만에 집으로

2022.01.27 16:17 입력 2022.01.27 17:06 수정

지난해 12월16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발달장애인 수용자 치료감호 종료심사 촉구-서울고등법원 조정권고 결정 수용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해 12월16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회의실에서 ‘발달장애인 수용자 치료감호 종료심사 촉구-서울고등법원 조정권고 결정 수용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선고된 형기의 두 배 가까이 교도소와 치료감호소 등에 수용됐던 발달장애인이 3년 만에 집으로 돌아간다. 법원이 법무부에 ‘발달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 치료감호 종료 심사를 하라’고 권고 결정을 내린 지 한 달여 만이다.

2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자폐성 발달장애인 A씨는 지난 24일 치료감호 가종료가 결정돼 28일 공주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를 퇴소한다.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결정서에서 “치료경과에 비춰 치료감호를 계속 집행할 필요성이 없다고 인정돼 주문과 같이 결정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A씨에 대해 퇴소일부터 3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결정했다.

A씨는 2019년 4월 구속된 뒤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형기를 넘긴 2년9개월째 구치소와 교도소를 거쳐 치료감호소에 수용돼왔다. 징역형을 다 살고도 치료감호소에서 그 기간 만큼 더 갇혀 지낸 것이다. A씨 측은 수차례 치료감호 종료 심사를 신청했지만 번번이 기각됐다. 치료감호 제도는 범죄를 저지른 심신장애인이나 약물 등의 중독자, 정신장애인 중에서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교정시설 대신 치료감호소에 수용하는 것이다. 치료감호는 수용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최장 15년까지 수용이 가능해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형기 2배' 치료감호소 수용된 발달장애인, 3년 만에 집으로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의 가종료 결정에는 법원의 권고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A씨 측은 지난해 3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발달장애를 고려한 치료감호 종료 심사를 해달라’는 장애인차별행위중지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A씨 측은 치료감호 종료 심사는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A씨 같은 발달장애인은 치료가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종료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치료감호심의위가 A씨를 비롯해 1차 심사 기구인 진료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수용자들에 대해 “병명 등이 간략히 기재된 동태보고서와 진단서만으로 부실하게 종료 심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1월 “법무부가 자폐성 장애인 A씨를 치료감호 종료 심사에서 실질적으로 배제하지 않도록 심사하라”고 조정권고결정을 했다. 주치의가 직접 A씨를 면담해 면담결과보고서와 정신감정서를 작성하게 하고, 치료감호심의위가 이를 바탕으로 A씨의 치료감호 종료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해 치료감호 종료 여부를 충실히 심사하라는 취지였다. 법무부는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A씨 어머니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아들의 퇴소를 위해 가족과 내일 치료감호소에 갈 예정”이라며 “치료감호 종료가 아닌 가종료로 아들이 3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법률대리인인 최정규 변호사는 “언론 보도 이후 다른 많은 피치료감호자들이 편지로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부실한 치료감호 종료 심사는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원 권고는 A씨 사례만을 다룬 것으로 A씨를 한번 더 면담을 해보라는 취지였다. 심사 제도를 개선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라며 “치료감호심의위는 치료감호 종료 심사를 문제 없이 해왔으며 별다른 제도 개선 계획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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