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교육’에 빠진 기숙학원…자격증도 없어

2007.03.09 18:21

지난달 5일 오후 1시쯤 경기도 기숙 전문 ㅈ학원 강의실. 최면치료사 이모씨(30·가명)가 10여명의 학생을 모아놓고 최면술을 걸고 있다. 학생들을 치료의자에 반듯하게 눕히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학생들은 거의 동시에 가수면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씨의 ‘최면교육’은 1시간가량 이어졌다. ㅈ학원 원장은 “최면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마음이 평온해지고 집중력이 향상돼 성적이 올랐다”고 자랑했다.

‘최면교육’에 빠진 기숙학원…자격증도 없어

최근 서울 강남·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기숙학원에서 최면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최면치료사’를 초빙하고 있는 것이다. 이름도 ‘정신안정프로그램’ ‘심리치료프로그램’ ‘가수면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하다. ㅈ학원 원장은 “2005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수도권 일대 7~8여개 기숙학원에서 하고 있다”며 “최면치료 전후의 학생들 성적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신뢰감을 보였다.

이 학원의 많은 수험생들은 원장의 권유를 받아 최면치료를 받고 있다. 최면교육을 받은 후 집중력이 향상되고 불면증이 치료돼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올해 의대에 합격한 김모군(19)은 “최면치료 덕분에 편안함, 집중력, 침착성을 가지고 수능시험에 임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체험수기를 이씨의 사이트에 올려놓기도 했다.

문제는 최면교육과 성적향상의 연관성이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시험 불안과 성적 저하로 여러번 최면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중학생 김모군(15)은 “잠만 잘 왔지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수 강남 클리닉비정신과 원장은 “최면이 학습증진의 우선 순위는 될 수 없고, 대부분 학업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오히려 감정조절이 안되고 모든 문제를 최면으로 해결하려 할수 있다.

최면교육을 진행하는 최면치료사의 자격도 문제다. 이씨처럼 미국 최면심리치료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에는 최면치료사에 대한 공인된 자격증이 없다.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최면요법을 전수받아 치료에 나서고 있어 능력을 검증받은 바도 없다. 최면치료에는 교육적·의료적 요소가 있지만, 최면치료가 자유업종으로 분류되어 있어 행정기관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오국현 서울시 보건정책과 의료관리팀장은 “국가 공인 자격증 없이 자신들끼리 수료증을 나눠주고 영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도 “최면치료업은 허가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정지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김동일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최면은 일종의 강력한 자기암시로 일부 효과가 있지만 입시를 위한 수단이 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강병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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