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G20 정상회의 홍보 ‘학교 동원’ 논란

2010.06.28 00:51

“행사·참여인원 보고” 공문 백일장·연수 등 종류 예시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간듯” 교사·학부모·단체 반발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홍보하기 위해 일선 학교들을 동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홍보행사를 한 뒤 참여 인원까지 보고해야 한다. 교사·학부모·교육단체들은 ‘학교 자율화’를 약속했던 정부가 오히려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27일 일선 교육청과 학교 등에 따르면 최근 일부 교육청은 관할 학교에 ‘G20 정상회의 관련 행사 및 홍보 결과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지난 4월 교과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정상회의에 대한 교원·학생·학부모 인식 제고를 위해 각급 학교가 적극 홍보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데 따른 것이다.

전국 각 시·도교육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관련 행사 및 홍보 활동을 벌인 뒤 결과를 제출하라고 산하 기관에 지시한 공문.

전국 각 시·도교육청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관련 행사 및 홍보 활동을 벌인 뒤 결과를 제출하라고 산하 기관에 지시한 공문.

교육청 공문에는 모의 정상회의 개최·동아리 콘테스트·포스터·백일장 등 개최할 행사의 종류까지 예시하고 있다. 또 연수·교직원(학부모)회의·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교육하고, 학생 홍보용 e북과 만화, 단행본도 활용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들은 이달 말까지 관련 홍보행사의 계획과 진행 상황, 각 행사의 참여 인원 등을 기재해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들은 G20의 의미를 소개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관련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실적을 만드는 중이다.

일선 학교들은 학교 자율화를 내세우는 교과부가 20~30년 전 권위주의 시절과 같은 학생 및 학교 동원을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는 이달 초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현대전 시나리오’를 공모해 비난받은 바 있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국가 행사 홍보에 학생들을 동원하고 있다”며 “학교별 실적을 보고하게 되면 학교는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전쟁·반공 포스터를 그리던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교과부의 과잉 충성이 학교 현장을 퇴행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물을 받은 학부모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초등학교 4년생 자녀를 둔 이모씨는 “학교가 학부모에게 전달 사항을 싣는 가정통신문에 왜 홍보글이 실리는지 모르겠다”며 “학생·학부모가 정책 홍보에 이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지역은 홍보 실적을 G20 정상회의를 한 달 앞둔 오는 10월, 2차로 보고하도록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가 각 부처에 행사 협조를 해온 데 따라 각 시·도교육청에 지침을 내렸고 교육청별 세부안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실적을 제출받는 것은 어느 정도 홍보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차원이지 학교 및 교육청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육당국이 교육 일정이 산적해 있는 일선 교사들에게 정책 홍보까지 떠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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