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배당·합작 등 허용…교육상품화 막는 마지막 빗장 허물어

2013.12.25 21:47

정부의 투자활성화 실체

“교육상품화 빗장의 마지노선까지 뚫렸다.”

지난 13일 정부가 교육 부문의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자 교육 현장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명박 정부 내내 속도를 높여오던 교육상품화의 둑이 터지면서 교육 공공성의 토대가 무너지고 양극화의 격랑이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빗장 풀린 공공부문 민영화]이익 배당·합작 등 허용…교육상품화 막는 마지막 빗장 허물어

[빗장 풀린 공공부문 민영화]이익 배당·합작 등 허용…교육상품화 막는 마지막 빗장 허물어

교육 부문 투자활성화에서 가장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제주 국제학교의 결산상 잉여금 배당 허용 문제다. 해외 자본이 국내 교육에 투자해 얻은 이익금을 본국에 보내는 과실송금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교육기관의 이윤 추구를 막지 않겠다는 것으로, 교육을 돈벌이의 장으로 전락시킨 셈이다. 외국 교육기관과 국내 학교법인의 합작설립 허용, 교육국제화특구 내 국내 대학 규제 완화, 방학 중 어학캠프 허용도 논란의 맥은 비슷하다.

김학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은 “이번 교육부의 정책은 교육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하는 막장정책”이라고 평하며, “땅 사고 건물 사는 것을 지원하던 것에서 나아가 국내 법인과의 합작으로 손님 유치까지 쉽게 할 수 있도록 돕고, 과실송금도 허용해 외국인들은 그야말로 돈만 벌어가는 행태를 보일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함께 발표했던 의료 부문 정책에 비해 교육은 전면적인 민영화가 아니라 특구라는 형태로 추진돼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지만, 정책의 부작용은 의료 못잖게 깊고 오래갈 것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한만중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이사(서울 개포중 교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3개이던 경제자유구역을 8곳으로 확대했고 제주도에 영리학교를 허용했으며 교육국제화특구도 만들었다”면서 “말만 특구일 뿐 한 지역 전체가 해당되며, 특히 상류층이 모이는 특권학교들이 많이 생긴다는 특성상 공교육 왜곡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취지조차 불명확한 교육국제화특구 5곳 중 3곳은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유력 정치인들의 지역구다. 이 법안을 발의한 서상기 의원은 대구 북구가 지역구이고, 황우여(인천 연수)·이학재(인천 서구)·신학용(인천 계양) 의원 등도 교육특구가 지역구다. 법안 처리 과정이 이들의 입김과 무관치 않았고, 앞으로도 조건만 충족되면 신청할 수 있어 얼마든지 특구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과실송금이 제주도에 한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특구’에 진출한 외국 교육기관이나 국내 법인들이 역차별을 주장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사립학교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공교육 기반이 취약한 국내 상황에서는 특구가 늘수록 교육 상업화도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투자 유치인지가 불명확한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외국 우수학교의 투자를 유도하고 해외유학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외국 교육기관을 본격적으로 유치하기 시작한 지 10년이 다 되도록 규제 완화는 지속됐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의 외국 대학과 국제학교는 국내 학교보다 못한 학생 충원율을 보이고 있고, 해외유학 흡수는커녕 해외유학의 발판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방학 중 어학캠프 운영과 등록금 자율 책정 등을 허용한 것은 교육국제화특구 내 국내 대학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공교육기관의 사교육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자칫 갈수록 거세지는 대학 구조조정 과정 속에 국내 대학의 돈벌이 출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논평을 내놨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특권학교의 확대는 공교육을 망치면서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피해가 국민들에게 가게 될 것”이라며 “유학수지 적자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을 차라리 해외로 나가게 놔두는 것이 낫다”고 혹평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복지 공약은 계속 후퇴하고 특권교육 확대 정책과 교육상품화 정책만 쏟아지고 있다”며 “특권교육을 받은 아이들에게 유리한 입시정책까지 계속되면서 교육불평등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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